[사설]실효성 없는 조례안 남발, 행정력 낭비한다

2021-06-15     이재명 기자
울산시의회가 제222회 1차 정례회에서 총 33건의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33건의 조례안 중 시장과 교육감이 제출한 조례안을 빼면 24건이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이다. 현재 울산시가 시행하고 있는 조례는 총 572건이다. 제7대 시의회의 경우 6대에서 제정한 137건의 2배에 가까운 260건의 조례안을 이미 제정한 바 있다. 이번 1차 정례회에서 통과되는 조례안까지 합하면 임기 3년만에 6대 전체 건수의 2배를 훌쩍 넘기게 된다.

조례안 발의는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임에 틀림없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들은 조례안을 하나라도 더 발의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의원들의 권한이자 시민들이 무겁게 지워준 의무다. 그런데 요즘 발의되는 조례안들을 보면 과연 깊이 생각을 하고 발의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일부 조례안은 누구를 위해 발의하는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특혜 소지가 많다. 일부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발의하는 것이라는 노골적인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예를 들어 ‘서예진흥에 관한 조례안’의 경우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조례다. 조례안 내용은 ‘서예교육에 필요한 전문인력 육성 및 비용 지원’ 등이다. 과연 시민들을 위한 조례안인지 특정 집단을 위한 조례인지 알 수 없는 조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도의회의 경우에는 추사 김정희의 고향 예산군이 위치해 있어 ‘서예진흥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치더라도 울산은 그 근거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밖에도 이번에 올라온 조례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사진산업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안’ ‘뷰티산업 진흥 조례안’ ‘산업디자인 육성및 지원 조례안’ ‘전통주 산업 지원 조례’ 등 수십개에 이른다. 이 중에는 다른 자자체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들을 자구수정만 해 울산 조례로 탈바꿈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이들 대부분은 예산이 수반되는 것들이어서 행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조례를 제정하기까지는 보통 6개월~1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수차례 간담회와 토론회를 거쳐 조례를 만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례가 유명무실해지거나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부에서는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 건수가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잣대로 변질돼 조례들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경쟁적인 조례입안으로 행정력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의회는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따가운 눈길을 의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