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울산시장이 되려면

2021-06-15     경상일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을 비롯한 5개 구군에 출마할 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이 이미 지역 정계에 알려진 인물들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본인은 의사가 없는데 언론이 앞서가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지난 선거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졌다. 세세하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존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구도 속에서 현 여당의 싹슬이 당선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내년 선거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울산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졌다. 울산의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미래세대의 희망도 꺾이고 있다.

차기 시장은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현 시장을 포함하여 현재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들은 이미 여러 선거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다. 또 일부는 실제 공직경험을 거치거나 현재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본인들은 기존의 활동과 업적으로 당연히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과거의 사고나 패러다임으로 울산의 미래를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일일 뿐이다. 시장이 되려는 사람들은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들고 나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차기시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울산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정책역량을 갖추는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울산시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을 만들어 가는 정책학습(policy learning)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선거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므로 부지런히 유권자를 만나 이름을 알리고 그럴 듯한 업적을 내세우며 지지를 유도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의 선거를 돌아보면, 선거에 임박해서 촉박한 시간에 공약을 급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베끼거나,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구색을 맞춰 끼워 넣거나, 심지어 예전의 공약을 그대로 되풀이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결과 비합리적이고 엉터리 같은 정책들이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바람에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아 왔다.

내년 선거에서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선거가 1년여 남은 이 시점부터 울산지역의 단체장 후보들은 공약으로 내세울 정책을 개발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이를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도 열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합리적인 정책개발을 도모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그런데 이러한 학습을 후보 개개인이 진행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당차원에서 학습활동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래 정당의 주요 기능의 하나가 이익 결집(interest aggregation)인 만큼, 울산의 각 정당들은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개발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이후 처음 치러지는 내년 선거는 울산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그래서 다음 선거의 핵심화두는 ‘변화’와 ‘미래’가 될 것이다. 울산시장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일단 과거 또는 현재의 경력과 활동을 모두 내려놓기 바란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맞는 시대정신을 정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울산을 발전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이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가 울산시민들에게, 특히 우리의 미래를 짊어 질 2030세대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