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꼰대포비아

2021-06-17     경상일보

‘야민정음’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한글 자음모음이 비슷한 것으로 바꾸어 표기하는 방법이다. 멍멍이를 ‘댕댕이’, 명언을 ‘띵언’으로 바꿔 부르는 경향을 말한다. ‘띵언’은 꼰대 어른들이 쓸데 없는 충고를 하면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꼰대’라는 단어는 익숙하고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지만 그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어원을 두고 두어 가지 가설이 있다. 그 중에 한 가지 가설은 프랑스어로 백작이 ‘콩테’인데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백작 지위를 받은 후 자랑스럽게 자신들을 ‘꼰대’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 가설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꼰대라는 단어를 어떻게 느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꼰대란 본래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킨다. 자신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남에게 충고를 하거나 무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사회에서 꼰대를 두려워하는 ‘꼰대포비아’(꼰대 과잉 경계증) 현상은 2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젊은 세대가 꼰대 어른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성세대가 꼰대로 불리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꼰대라고 불리면 그만큼 외면당하고 고립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꼰대라고 하면 나이가 많은 세대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젊은꼰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나이는 젊은데 꼰대스러운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한 때 신세대라 불리던 밀레니얼 세대가 Z세대로부터 이른바 ‘젊은꼰대’ 취급을 받으면서 세대 간 균열이 선명해지고 있다.

기성세대는 디지털 세상에 태어나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접한 Z세대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Z세대는 아는 건 많아 보이는데 정작 제대로 아는 건 별로 없고, 관심사는 넓은데 정작 해보라면 실행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재미가 없거나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지체 없이 고개를 돌리는 이기적이 세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Z세대는 왜 선배들과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고 그들을 함부로 꼰대라고 부르는 걸까? 그들이 무례하고 버릇없기 때문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게 아니라 그들이 자라온 사회적 환경을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어른들의 말이 믿을 만 했다. 또 획일적인 사회를 살아오면서 불합리에 대한 내성도 생겼다. 어른들의 경험은 유용했고 믿고 따르면 실수를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개인의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조직의 비리와 불합리를 폭로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또 이들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꼰대질 하는 사람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 궁극적으로 생각해보면 꼰대를 견제하는 건 그 사회의 경쟁력 향상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