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받는 것은 사는 길이다

2021-06-18     경상일보

어느 날 흘러내린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맑고 투명하게 빛나리라./ 그것은 타지마할이라네./ 오, 황제여! 그대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으로 시간에 마술을 걸려 하였다네./ 그대는 경이로운 꽃다발을 짜서 우아하지 않은 주검을/ 죽음을 모르는 우아함으로 덮어 버렸다네./ 무덤은 자기 속으로/ 파묻고 뿌리내리며/ 먼지로부터 일어나 기억의 외투로/ 죽음을 부드럽게 덮어 주려 한다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시(詩) <타지마할>

잔잔한 야무나 강을 따라 은은한 빛을 발하는 하얀 대리석 무덤의 주인은 ‘황궁의 보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뭄타즈 마할이다. 그녀는 샤 자한 왕의 외사촌 동생이자 세 번째 부인이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 왕은 영토 확장을 위한 원정 길에 오르며 뭄타즈 마할 왕비를 대동했다. 당시 만삭의 몸이었던 뭄타즈 마할은 막사에서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이에 몹시 상심한 샤 자한 왕은 본국으로 돌아와 백성들에게 2년 동안 왕비를 추모하는 기간을 갖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깊어 가는 그리움에 샤 자한 왕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덤을 22년 동안 2만명을 동원해서 만들었다. 옅은 안개 사이로 순백의 타지마할이 모습을 드러내면 흡사 동화 속 마법의 성이나 사막 위 신기루와 같은 환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타지마할은 2007년 7월7일, ‘사람의 힘으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이라는 점에서 ‘신(新)불가사의’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타지마할은 남편의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들 때 주변에 도와 달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을 때, 단 한 푼이라도 도와줄 원조국을 찾아야 했다. 아무도 경제성장에 필요한 차관제공을 해주지 않자 결국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요청한 독일이 그들의 월급을 담보로 차관을 빌려주었다. 그 돈을 종자돈 삼아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건설 등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았다. 또한 독일의 경제성장을 벤치마킹해 중화학공업을 일으켰다.

살아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코는 산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몸에 있는 60조개의 세포는 산소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3~5분만이라도 산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는다. 가장 먼저 뇌세포가 기능을 멈춘다. 입으로는 음식이나 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젖을 빨아서 영양분을 어머니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보면 생후 일 년은 되어야 걸을 수 있고 조금씩 말을 한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양분의 섭취가 최우선인데, 어머니가 입으로 음식을 먹고 소화한 것이 젖을 통해 아이에게 주어진다. 만약에 아기에게 젖을 빠는 재주가 없다면 정상적인 영양 섭취를 못해 죽게 될 것이다.

신은 갓 태어난 아기가 살아가기 위해 받아들이는 기능을 주셨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코로는 산소를, 입으로는 음식을, 마음으로는 부모의 사랑을 받도록 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죽었다는 표현으로 ‘숨을 안 쉰다’ ‘밥숟가락을 놓았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받아들이는 것이 끝날 때에 죽은 것이다. 모 지상파 방송은 최근 고독사(孤獨死)에 대해 방송을 했다. 2019년 3704건, 2020년 4196건의 고독사가 일어났다. 하루에만 11명이 고독사를 당하는 것이다. 2020년 서울시 연령별 고독사를 살펴보면 50대, 60대가 211건, 201건 30대 이하도 73건이나 된다. 왜 그들은 외롭게 죽어야만 했을까? 인간은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절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삶이 어렵고 팍팍할 때가 있다. 그럴 때에 우리는 주변에 다양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세재 글로벌나눔인성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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