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건희미술관’은 반드시 지방도시에 건립해야 한다
2021-06-18 정명숙 기자
앞서 지난 8일 울산을 비롯한 부산·경남 지역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많은 국민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기증자의 정신을 기리는 정부의 도리”라며 서울 건립을 주장했다. 이런 시각이라면 국립 문화체육관광시설은 모조리 서울에 두어야 할 판이다. 문화시설의 서울 편중이 국토균형발전을 망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는 것을 문체부장관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암담하기까지 하다.
지방도시들은 하나같이 이건희미술관은 단일 문화시설로 한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시설이라고 여기고 있다. ‘빌바오 효과’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스페인의 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를 통해 예술도시로 부상하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황장관은 “빌바오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유치 경쟁 과열 등으로 엄청난 국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지방도시의 유치경쟁은 이미 시작됐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심의를 통해 최상의 입지를 선정하면 경쟁은 조용히 끝날 일이다. 엄청난 국고 손실이 발생할 이유는 없다.
울산시도 당연히 유치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고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가와 크게 인연이 없다거나 재원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이유는 없다. 이건희미술관이 울산에 와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근대화를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도 국립 문화시설 하나 없는 문화적 소외 도시다. 올 연말 개원을 앞두고 있는 시립미술관의 일부를 이건희컬렉션 특별관으로 사용한다면 전국에서 가장 준비된 도시가 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하루빨리 이건희 컬렉션을 보고 싶어 한다. 울산 보다 더 빨리 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도시는 없다. 시립미술관의 기능을 위한 공간 부족은 추후 제2, 제3 미술관 건립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건희컬렉션을 뛰어넘는 소장작을 갖추기는 어렵다. 단숨에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