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암각화 보존·울산 맑은물 동시 해결책 24일 최종 확정
‘울산권 맑은물 확보 및 통합 물 관리사업’은 해마다 물에 잠겨 훼손되는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자며 강구책을 마련하다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울산 시민들의 생활용수 부족을 해결하면서 시민들이 계속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울산에서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열렸다. 낙동강물관리위원회는 2018년도에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2019년 8월 출범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물 관련 중요 정책·현안을 심의·의결하고 물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낙동강을 따라 광역 및 기초단위 자치단체의 물문제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위원회는 오랫동안 방안만 강구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울산에서 열린 민간위원 전체회의에서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회의결과는 오는 24일 환경부의 최종 심의의결 및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위 낮추기와 그에 따른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울산시의 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울산의 하루 필수 생활용수량을 먼저 알아야 한다. ‘2025 전국수도정비기본계획’(2009·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울산은 하루 39만t의 생활용수가 필요하다. 회야댐은 그 중 12만t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사연댐에서는 수위 60m에서 하루 18만t의 용수를 공급한다. 그런데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수위를 52m로 내릴 경우 용수 공급량은 하루 15만t으로 줄어든다. 회야댐(12만t)과 사연댐(15만t)을 합쳐 27만t인데, 울산의 하루 필요량 39만t에는 크게 부족하다. ‘울산권 맑은물 확보 및 통합 물 관리사업’ 안에는 그 부족분 12만t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오는 24일 환경부가 의결할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에 따르면 울산은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의 침수를 막기 위해 식수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부족한 물을 채우기 위해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씩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운문댐은 대구시의 식수원이지만 구미 해평취수장을 통해 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정량을 울산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환경부는 관련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곧바로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이 확정되더라도 본격 착수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해평취수장의 상수원보호구역이 확대될 경우 구미 지역민은 재산권 침해 등 피해를 우려할 수 있다. 함께 실시하는 창녕 강변여과수 취수 역시 지하수 부족으로 농사 피해를 우려하는 창녕, 합천, 거창 지역민들의 반발도 남아있다. 환경단체들도 낙동강 수질개선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입장이라 이 모든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울산시로서는 운문댐에서 하루 7만t 용수공급을 약속받게 되면서 20년간 논란만 거듭하던 암각화 보존과 물문제 해결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부족분 12만t 중 7만t은 운문댐 물로 충당한다지만 나머지 5만t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울산시는 이를 위해 대암댐 활용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 1969년 준공된 대암댐은 울산공업단지 확장에 따라 공업용수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됐는데, 이 댐의 일부 용도를 전환하고 구조적인 기능을 개선하여 하루 5만t 용수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확정 전’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시는 대암댐 내 준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애초 대암댐은 담수량 1310만㎥로 설계됐다. 시간이 흘러 많은 양의 토사가 댐에 유입되면서 현재의 유효저수량은 500만㎥에 그친다. 이 퇴적토를 제거하는 준설을 위해 기본조사용역을 실시하는데 준설이후 담수 능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 지, 경제성이나 환경문제는 없는 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수질오염 등의 비판을 이해시키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상찬 시 문화체육국장은 “환경부의 공급안은 낙동강 주변 지자체와 주민반발, 장거리 물공급으로 인한 수질저하, 예산확보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확정 즉시 기본설계와 같은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해도 최종 공급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울산권 맑은물 확보를 위한 운문댐의 용수공급은 언젠가는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되기까지 암각화 보존과 맑은물 확보를 동시충족하려는 시정책의 일관성과 시민들의 성원이 있었다. 반구대 발견 50주년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