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08)]매미와 나무와 바람의 합창

2021-06-22     이재명 기자

하지(夏至)는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날이다. 따라서 일사 시간과 일사량이 가장 많은 날이다. 낮 시간은 무려 14시간35분이나 된다. 울산의 경우 하지였던 21일 태양이 오전 5시9분에 떠서 오후 7시41분에 졌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올해는 장마가 늦어져 6월 말께나 7월 초께가 돼야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린다고 한다. 앞으로 한 열흘 동안 불볕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다.

하지가 지나면 곧 매미가 울어댄다. 매미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다 하지를 기점으로 날개를 단다. 그러나 매미가 울어대는 시간은 불과 2주일, 그것으로 끝이다. 소동파는 ‘전(前)적벽부’에서 ‘날개 단 신선(羽化登仙)’이 되고 싶다고 했다.

“표연히 세상을 잊고 나홀로(飄飄乎如遺世獨立), 날개 단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羽化而登仙)…”

소동파는 불교와 도가를 두루 섭렵하며 무애(無碍)하고 자유스러운 선계를 노래했다. 도가(道家)에서는 사람 몸에 날개가 돋아나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매미는 5, 7, 13, 17년 등 4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5년 주기인 참매미와 유자매미가 주로 많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시원한 느낌을 준다. 특히 느티나무, 팽나무, 느릅나무 등 잎이 우거진 정자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과 매미소리가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소동파는 ‘전 적벽부’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오직 강가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색을 이루노니, 취해도 금하는 이가 없고 써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장자(莊子)는 큰 나무의 유용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소요유(逍遙游)’에서 장자의 친구 혜자는 “우리집 근처에 큰 가죽나무가 있는데 몸체는 뒤틀리고 옹이가 가득해서 먹줄을 튀길 수 없고, 가지는 꼬불꼬불해서 자(尺)를 들이댈 수 없어 재목감으로 쓸모가 없다”고 불평했다. 이에 장자는 넓은 들판에 그 나무를 심어 놓고 그 밑에서 한가로이 소요하며 노닐다 드러누워 자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 나무는 도끼에 찍히는 일이 없으니 쓸모없다는 게 어찌 근심거리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태화강가에는 거대한 나무가 두그루씩 서 있다. 삼호교 남쪽 둔치에 있는 것은 팽나무고, 국가정원 내에 있는 것은 왕버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내내 이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낸다. 신선이 부럽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