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별 하나

2021-06-22     경상일보

‘코로나 사태로 실시된 원격수업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학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끝에 옛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별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 별로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고, 누군가에겐 그 별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 별이 삶의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아름다운 별이 반짝이고 있다. 만약, 아직도 반짝이는 별이 없다면 그 별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좋다. 기대하는 마음 또한 하나의 별 아니겠는가?

그날은 학생들과 별을 관찰하기로 했다. 각자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학교로 모였다. 떨어지는 해를 마주하며 등교한다는 것이 낯설었지만 모두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 같이 웃고 있었다. 운동장에 자리를 깔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운동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별을 관찰할 시간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한껏 들떠 있었다. ‘짜식들, 매일 보는 별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참 신기했다. 이곳은 밤이 되면 고개를 드는 수고 없이도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촌동네인데 말이다. 드디어 하나, 둘씩 반짝이는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밤하늘을 별로 수 놓는다’라는 표현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별들이 정말이지 한땀한땀 수 놓듯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나의 손끝을 따라, 나의 이야기를 따라 별을 찾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조금은 다른 별 하나가 내 마음으로 불쑥 들어왔다.

어느 순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별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의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문득 ‘학생들을 설레게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별보다는 선생님과의 교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별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가 교육 활동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 아이들의 눈동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 되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학생들에게도 그 시간만큼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 자리를 잡았으리라 생각한다.

교육은 삶의 총체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교육의 한 부분일 수 있지만 그것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총체라는 것은 한 마디로 표현될 수 없거나, 항상 표현되는 것 이상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교육은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생동감 있는 교감 그 자체이다.

어릴적 ‘붕숭아 학당’이라는 개그 코너를 즐겨봤었다. 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던 것은 개그맨들의 우스꽝스런 연기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교사의 교감이 너무나 생동감 넘쳤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동심으로 돌아가서 흐뭇한 마음으로 보고 있지 않았을까? 교육이 꼭 그 프로그램처럼 훈훈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교육 현장에는 반드시 이런 장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에 그 자리를 원격수업이 차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원격수업 또한 차질 없도록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비상시를 대비한 차선책일뿐, 원격수업이 삶의 총체를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생 간 감염률이 현저히 낮다고는 하나 교육 당국은 교육 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삶의 총체로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비정상적 상황이라도, 아무리 원격수업의 질을 제고한다고 해도 원격수업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모두가 짊어질 수 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별 하나가 마음에 새겨지길 고대하며 매일같이 교실을 들어서는 교사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심문규 울산중앙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