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16)]낭만과 감흥을 담은 교정

2021-06-23     경상일보

학교라는 공간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정한 면적의 녹지를 점유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다. 생활공간 주변 근거리에 있으며 가치 있는 녹지를 포함하고 있어 도심지 녹지 네트워크 구축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이런 취지로 각 지자체나 교육청에서는 학교 숲 정원화 사업을 지속 진행하고 있다.

최근 경남도교육청은 ‘생태환경 미래학교’를 운영 중이다. 인간, 자연, 사회의 상생을 배우며, 생태적 가치와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는 사업이다. 숲, 텃밭, 운동장 등 학교 옥외공간에 단편적이고 분리된 조경공사에서 나아가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생태학습장, 지역민과 공유할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재조성한다. 여기에 지역 대학의 전문가 그룹이 워크숍을 통해 실제 학교 숲을 사용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설계사와 협의한 후 시공단계까지 구현될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마산여중의 생태환경 미래학교 사업에 설계자로 참여했다. 각 학년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의견수렴 과정에서 보여준 즐겁고 생동감 있는 활동이 고스란히 설계에 담기게 되어 조성 후에도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아 설계자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학교 교목인 향나무와 야외무대가 있는 잔디마당, 꽃을 보며 거닐 수 있는 산책로, 조명과 토끼의자 등이 설계에 반영되니 학생들도 더 애착을 갖는 듯했다. 방치된 가벽은 발표나 연주회의 무대가 되고 넓은 잔디마당은 객석도 되었다가 다양한 야외수업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정원이 도심 생태계 거점 역할 뿐 아니라,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죠~’라는 노래 가사처럼 낭만과 감흥이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