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공정한 경쟁

2021-06-23     경상일보

주말에 만난 20대 청년은 취업의 문이 좁은데 누구에게는 취업이 너무 쉬워 보이고, 또 누구에게는 너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기업체는 수시채용으로 소수의 취업자를 채용하지만 그 기준을 알 수가 없고, 정부는 정부대로 기존의 공기업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버려서 취업의 문을 좁히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역대학교 출신 우대정책,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 우대정책 같은 것이 있고, 또 여성에게는 나름대로 우대정책이 있지만, 그런 우대정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방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로 대학교를 간 자신과 같은 사람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우대정책이나 각종 특례를 발표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만을 공정하게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이 취업되는 결과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 경쟁하는 청년들에게는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청년들의 불만을 가장 먼저 간파해 자신의 화두로 만든 사람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아닐까 싶다. 그가 2019년 6월에 출간한 책제목이 <공정한 경쟁>이고, 그 서문에서 그는 “산업화 세대가 이룩한 경제발전과 민주화 세대가 이끈 민주주의를 뛰어넘을 새로운 어젠다가 필요하다. 그 어젠다는 공정사회이다”라고 했다. 그런 그가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되었으니, 20대 청년들의 관심이 국민의힘 쪽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준석 대표는 이 책에서 “진보정권이 출현한 뒤로 약자에게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경제적인 보증을 해 주려고 하면서, 약자에 대한 그런 정치적, 경제적인 보증을 공정한 경쟁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것이 심각한 불공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자유라고 봐요. 공정은 그 위에서 달리는 게임입니다. 자유의 가치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낙오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계층을 위한 청년수당이나 노령연금보다는 그것들을 포괄하는 전국민 대상의 기본소득제도가 낫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기본소득제도에 찬성하는 거의 유일한 예인데, 아마도 그가 말한 낙오자에 대한 배려를 위한 제도가 기본소득제도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논리정연하고 일목요연한 연설이었다. 그 연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청년이 왜 코인에 투자합니까? 자산축적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직장이 불안하고 희망이 없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세금과 규제로 기업 압박하고 포퓰리즘 남발한다고 경제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민간 자율과 활력을 통해 주거불안정과 일자리 대란을 해소하겠습니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는 희망 사다리를 다시 놓겠습니다. 그 사다리는 공정이란 가치 위에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연설에서도 청년들에게 있어서 공정한 경쟁이 중요한 가치로 다루어지고 있다. 물려받은 자산이 없는 흙수저들이 자산축적을 위해 비트코인 투자로 내몰리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그 대안으로 세금과 규제를 풀어서 민간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들에게 공정의 사다리를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에서는 축적자산 없이 맨주먹으로 경쟁에 뛰어 들어야 하는 청년들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그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기본자산제도, 기초자산제도 같은 것이 논의되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경쟁은 한정된 가치를 두고 서로 달리기하듯 하는 것이므로, 각종 우대정책이나 특례를 가급적 걷어내고, 단순명쾌하게 승자가 결정되어야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약자를 위한 배려는 차라리 기본소득제도나 기본자산제도 같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