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립울산박물관 건립을 제안한다

2021-06-23     경상일보

울산광역시에는 시립인 울산박물관이 있고 산하에 암각화박물관과 대곡박물관이 있다. 이에 추가해 국립박물관 건립을 제안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주축으로 14개의 국립박물관이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1~2개씩 고르게 산재해 있다. 그렇기에 국립울산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단순하다. 구체적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왜구의 침탈과 임진왜란, 한일합방 그리고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아픈 항일 내지 극일 역사 전반에 대해 보고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이 필요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되는 일본과의 나쁜 관계는 일제강점기를 훌쩍 넘어 왜구의 노략질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는 신라의 박혁거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문무대왕이 오죽하면 동해바다에 자신을 묻어 용으로 화신하여 왜구로부터 신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하였을까? 신라는 왕경인 경주를 지키기 위해 울산에 계변성, 울산과 경주사이의 경계지역에 관문성 그리고 기령에는 기박산성을 설치했다. 조선시대에는 경상좌도 병영성을 1417년에 설치하여 467년간 운용했다. 울산은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으로 ‘왜구가 고을을 휩쓸어 남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도 일본군이 서울로 침공해가는 길목에 위치했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임진왜란을 종결짓기 위해 기획된 조명군의 사로병진책(四路竝進策)에 따라 육지에서는 순천의 왜교성, 사천성 그리고 울산의 도산성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성을 함락하지는 못했지만 일본군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철수했다. 지금은 울산왜성이라고 불리는 도산성에 가보면 당시 일본군이 포위 당해 물과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았던 참상을 읽을 수 있다. 그때마다 ‘침략자인 일본군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록하면서 왜 조명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가? 왜 명나라는 참전했는가? 조선군의 역할은 어떠했는가?’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선조들이 겪은 항일의 아픈 경험과 교훈을 후세들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울산시민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방어진 마을박물관에 가면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의 울산군 풍속조에 울산사람들은 ‘무예를 숭상하고 장사를 좋아한다(상무예(尙武藝) 호상매(好商賣))’라고 기록되어 있는 부분을 전시하고 있다. 얼핏 ‘좋은 뜻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무인보다는 문인을 숭상하고 사농공상이란 신분체계가 있었던 당시의 문화로 미뤄 결코 좋은 뜻이 아니다. 송수환 교수는 ‘조선왕조 전 기간에 걸쳐 존속한 경상좌병영은 울산의 특성을 무향(武鄕)으로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오늘까지 고명한 학자, 청백한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고, 험악한 우격다짐과 엽기적인 범죄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제 500년 무향의 전통을 환골탈태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경상일보 2015.02.26)’라며 지금도 이것이 울산사람들의 정체성인양 주장한다. 더구나 1960년대 이후에 이주해 온 외지인이 80%를 넘는 울산에서 아직도 이같은 왜곡된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산업수도, 부자도시라는 한때의 자랑스런 정체성을 넘어 이제 미래지향적으로 울산이 담당해 온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제적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성이다. 도산성 전투는 16세기 당시 동북아 최대의 국제전쟁이었던 7년간의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이다. 왜군이 주둔했던 울산왜성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건너편 학성산에 주둔했던 조명군의 지휘부와 대칭구도를 그려야 한다. 그 사이에 큰 광장을 조성하여 지하는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지상에는 국립울산박물관을 지어 임진왜란 관련 조·명·왜 3국의 자료의 전시 및 교육용으로 활용하자. AR, VR, 메타버스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당시 전쟁을 간접경험하도록 하자. 광장에서는 3국의 의장대가 정기적으로 퍼레이드를 하여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 특히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자. 그리하면 울산 최대의 국제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임진혁 울산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