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사라지는 직업은 없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처음 소개된 이후 미래직업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경쟁하듯 쏟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기존 직업의 쇠퇴를 말하는가 하면, 일자리의 총량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양립했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의 진로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을 체험하려는 요구가 증가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또한 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 자체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채 시작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라지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의 속성이 운영방식의 변화이고 확장성에 달렸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채로운 교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시대는 무엇을 하느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느냐의 과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미래에 성공할 직업을 찾아 헤매기보다 원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먼저이고 그 것이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용 될 수 있는지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유망하다고 관심도 없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것에 과하게 몰린다면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걸러지는 결과를 만날 지도 모른다. 융복합의 시대는 창의력을 요구한다. 창의력이란 화제성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며 그러한 집중의 결과물이 또 다른 특성과 잘 섞여 유익한 창조물이 되게 하는 것이 융복합이고,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능력이 될 것이다.
청소년진로탐색활동 또한 개인의 성장주기에 따른 맞춤형으로 수준화 되고 심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체험을 면밀하게 따져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통해 청소년의 진로활동이 진학이나 직업선택에까지 지속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개인이나 마을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역 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직업을 체험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있게 진단해 볼 수 있는 규모 있는 전문시설의 건립과 기존 시설의 강화를 통해 울산이 전국에서 탐낼만한 직업체험, 진로교육의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부모교육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학부모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녀의 진로를 염려하는 방향이 결국 좋은 대학과 돈 잘 버는 직업으로 귀결된다. 아이의 성향이나 바람을 수용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하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 성공적인 진로탐색활동이란 불가능해진다. 과도한 기대나 불안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달걀을 품은 모든 아이가 에디슨이 되지 않는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문제다. 우리의 자녀가 다양성 속에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길러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교육은 응원이 될 것이다. 시대에 상관없이 인간의 가치를 유지 할 수 있는 힘은 부모의 지지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청소년이 할 일은 공부다. 뻔한 충고이겠으나 “네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기본”이라는 말처럼 학교 공부 기본기부터 다지고, 나아가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경험 속에 내던져질 필요가 있다. 융복합의 시대는 편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끝까지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에 학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두뇌성장이 왕성할 때 그것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학습을 통해 똑똑해지고 똑똑함은 용기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미래의 직업을 결정함에 있어 똑똑함은 현명함으로 발휘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곧 직업이고 그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실력을 키워나간다면 불확실성에 대한 면역력 또한 저절로 길러지리라 믿는다. 이진규 울산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