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 “우리도 쉬고 싶다”
#“평소에도 바쁜 주말엔 갑자기 근무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대로된 직장을 구해야겠다 다짐했죠. 기업체에 취업한 친구들은 휴일이 4개나 더 생겼다고 좋아하는데 얄밉더라고요.”(울산 중구 커피숍 근로자)
#“이렇게 작은 사업장에서 대체공휴일까지 챙기기란 사실상 힘든 일입니다. 상황봐서 직원들에게 적당한 휴일을 줄 계획입니다.”(울산 남구 주유소 사장)
대체휴일을 확대하는 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대체공휴일법이 추진되면서 울산지역 내에서도 ‘빨간날 양극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2일 올해 8월15일 광복절부터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이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대체공휴일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대체공휴일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중으로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가 휴일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과 충돌 소지가 있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업장 규모별 적용인구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20만개로 전체(184만개)의 65%에 달하며, 근로자는 502만명으로 약 15%를 차지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코로나 타격으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장에 비용 부담이 된다는 취지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일선 노동 현장에서는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PC방·당구장·편의점 등 소상공인 사장들은 대체적으로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5인 이상의 중소제조업체 사업주들은 “바쁜 시기에 대체공휴일까지 더해진다면 생산차질과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해진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체공휴일 확대에 따른 생산차질과 인건비 증가 등을 우려해 국회에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대체공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불평등에 상대적 박탈감마저 호소했다.
울산 중구에 위치한 네일숍 직원은 “공휴일이 되면 손님은 늘겠지만,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걱정이다. 유치원은 휴원할텐데 또 어디에 아이들을 맡겨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소기업 경리 근무자는 “대체공휴일이 생긴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우리만 쉴 수 없다는건 차별이다. 남들은 다 쉬는데 못쉰다고 하니 조금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날 논평을 내고 “공휴일을 통한 ‘휴식권’ 보장은 국민의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기본적 내용으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는) 법률제정 취지 자체를 뒤집어엎는 것으로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