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5)]미국 추수감사절의 현대 사회문화적 의미
종교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유럽 청교도들의 감사축제서 유래
감사·나눔·배려의 정신 계승해야
현재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11월 넷째 목요일이다. 2019년, 올해는 11월28일이다. 캐나다에서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이다. 감사절 다음날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대규모 쇼핑의 날이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목, 금, 토, 일 4일간 신나게 연휴를 즐긴다.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를 고리로 하여 한국, 일본 등 전 세계에 미국 감사절 풍습이 다소 상업화되어 전파되고 있다.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종교·문화적 전통에 기원을 두지만, 현대에 와서 일반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경축일이 되고 있어 사회문화적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약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20년 12월11일, 유럽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라는 배를 타고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 플리머스에 도착하게 된다. 청교도들은 영국 국교회의 종교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오게 되었지만… 새로운 땅에 도착한 첫 겨울, 혹독한 추위와 낯선 환경으로 인해 메이플라워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온 102명 이민자 가운데 46명이 그해 겨울 목숨을 잃게 된다. 이들은 원주민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 해 가을에 나름대로의 결실을 보게 되자 청교도들은 자신들을 도와준 인디언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감사의 축제를 벌였다” 이 감사 축제가 바로 추수감사절의 시작이다.
그러나 세상만사에는 늘 빛나는 곳이 있으면 그늘진 곳이 있듯이, 이 감사와 화평을 기리는 추수감사절에도 몇 가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 북미 땅에서 정말 청교도의 추수감사절이 최초의 감사절일까? 2) 미국 원주민들(소위 아메리카 인디언)도 추수감사절이 계속 즐거울까? 3) 추수감사절은 성경에 없는 경축일인데 기독교인들은 계속 이를 기념해도 될까?
첫째, 청교도의 감사절이 북미에서 최초의 감사절은 아니다. 우선 북미지역 원주민들과 에스파냐-영국의 탐험자들도 1621년 이전에 이미 신에게 추수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추수감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보편의 의식이지 미국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영향으로 전 세계인들이 알게모르게 이 날을 감사절로 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 원주민들은 추수감사절이 즐겁지만 않다. 원주민 조상이 백인 청교도들이 곤궁할 때 도왔지만, 백인들은 그 후 수백만 명의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땅을 약탈하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1970년대 이후 이 날을 ‘국가 애도의 날(National Day of Mourning)’로 정하고 전국 각지에서 백인들의 배은망덕을 상기시키고 있다. 미국인들은 미국 원주민 나아가 미국사회의 모든 소외계층에 더욱 관심과 배려를 보임으로써 백인 조상들이 저지른 만행에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셋째, 추수감사절이 성경속 추수절과 날짜가 다르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독교인이 유대인의 추수절 날짜를 그대로 따를 필요가 있을까? 모든 나라는 자신들의 추수철에 맞추어 감사절을 기리면 되는 것이다. 최근 개혁적인 한국교회에서는 한국의 추석에 맞추어 추수감사절을 지내기도 한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추수감사절 소개문에 나오는 대로 “시민단체와 자선단체는 추수감사절의 정신을 계승하여 불우한 이웃, 그 중에서도 특히 노숙인들에게 전통 추수감사절 식사를 대접”하는 일과 “지역사회는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불우한 가정을 위해 음식을 모으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삶이 팍팍한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도 추수절 정신인 감사, 나눔, 배려의 실천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 한규만 울산대교수·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