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민의힘 공천자격시험 뜨거운감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천자격시험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해서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시험을 치르고 그에 따라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뜻 같다. 시험. 시험의 나라 한국. 강남의 대치동이 지금의 대치동인 것은 시험 빼고는 설명이 불가하다. 대입시험은 물론이고 취업자격시험과 스펙축적에 익숙한 청년에게 시험이라는 단어는 속살처럼 친숙하다. 또 하나의 시험이 모자위의 헬멧으로 등장할 판이다.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문제의 폐해시정이 절실한 나라. 하지만 시험은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한다. 시험은 수험자보다 출제자를 주목해야 한다. 우문(愚問)의 현답(賢答)이 그리 쉬운 일인가. 누가 어떤 문제를 낼 것이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원이라도 알아 볼 것 아닌가. 생소한 공천시험에서 과연 공정성, 정합성은 어찌 확보할 것인가. 남북, 미중, 한일, 사드, 원전, 남녀, 세대, 백신, 복지 등등 복잡한 세상에 피공천인(被公薦人)의 수준을 테스트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시도를 예의주시해 보자.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헌법 제8조 제2, 4항) 프랑스혁명. 자유와 민주를 외치면서 피를 흘린 혁명. 씨에예스를 필두로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라고 외쳤었다. 피지배의 민(民)이 요구한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법을 만드는 국회에 참여시켜 달라는 것이었고. 이래서 삼부회(三部會)는 의회의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 그것이 자코뱅당이든 지롱드당이든 간에 말이다. 가난하고 못 배워 제 이름도 못 쓰는 자들도 그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여 그들의 대표를 보내야 한다. 정치공학은 모르더라도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면 이를 용인해야 한다. 글을 배운 귀족들만 아니라 못 배운 백성들도 법을 만드는데 참여해야 그들의 권리가 보호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당(政黨)에서 공천자격시험을 보는 것은 정당(正當)한 것인가. 이런 담론은 정당의 운영에 있어 차등의결(差等議決), 제한의결(制限議決)이 가능한지와 연결되어 있다. 학력, 성적, 연령, 지역, 성별에 따라 차등하거나 제한하여 의결권을 줄 수 있나? 시험이 정치의 제한이나 차등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정당한가. 세습하던 귀족원(貴族院)이나 음서제(蔭敍制)와 같아지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난다. 평등선거는 민주주의 핵심이다. 모집단의 국민 중에 1명을 국회로 보낼 때 누구를 보낼지는 순전히 총의에 좌우되는 것이다. 여기에 수준을 논하는 보편타당한 원리가 있을까? 다수결은 상대적 정의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니까.
정치학(政治學)! 이처럼 홀대받는 전공이 있을까. 정치가(政治家)는 있는데 정치학자는 안 보인다. 정치학과가 대학의 장식품은 아닐진대, 갑을병정 아무나 정치평론가인 한국. 정치학자의 말문을 거칠게 막는다. 분명 전문영역인데도 말이다. 정치학이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그래야 정당정치에 대한 기본소양을 테스트 해 볼 것 아닌가. 아직은 예상문제가 오리무중이라 정치(政治)를 파자(破字)해서 문제 하나 출제한다. 정문수태(正文水台)를 논술하시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