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극곰과 나비효과, 배움의 실천

2021-06-29     경상일보

“더우면 선생님이 에어컨 켜줄게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아우성이다. “선생님 안 돼요. 북극곰을 지켜야죠.” “창문만 열어도 시원해요. 몰디브가 물에 잠기잖아요.” “우리나라도 물에 잠기면 어떻게 해요.” 마스크 속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단 두 번의 수업을 통한 변화였다.

지난 5월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의 ‘생태·환경·기후 위기 프로젝트 수업’에 선정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앞서 수행 중이던 울산교육연구정보원의 ‘울산형 학생참여 블렌디드 프로젝트 수업 모델 개발’과 결합해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학생들을 훌륭한 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한 민주시민교육과 잘 어울리는 데다, 회야강과 대운산 등 학교 근처 자연환경과 연계해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나도 환경운동가’라는 주제를 정했다. 당시 등교와 원격 수업을 1주일씩 번갈아 했던 본교 특성에 맞춰 전체 프로젝트 차시를 20시간 내외(주 1회 6시간)로 편성했다. 대략적인 프로젝트의 짜임을 설계한 뒤 블렌디드 프로젝트 팀별 중간 점검 컨설팅을 받으며 준비해 나갔다.

가장 큰 고민은 생태·환경·기후 위기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등교 주간 첫 수업으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나비효과(에너지소비)편’ 시청 시간을 가졌다. 영상을 본 뒤 학생들과 프로젝트 주제에 관해 모둠별로 마인드맵을 펼쳐 스스로 느낀 내용과 앞으로 배우고, 실천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 열기를 진행했다.

이날부터 교실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학생들은 등교하면 스스로 창문을 열었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조금 더운 것은 참았으며,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4시간 정도의 생각 열기만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원격 주간에는 학생들과 화상수업을 통해 세계청소년연대를 만든 ‘조너선 리(Jonathan Lee)’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환경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어린이 환경대사’였다. 10살이던 2007년, 다큐멘터리를 본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환경보호 만화(고그린맨)를 올리며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5학년 학생들의 수준 맞게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수행과제도 제시했다.

이어 다음 등교 주간에는 모둠별로 생태·환경·기후 위기에 대응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 내용에 맞는 환경단체명과 마크를 직접 만드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스로 만든 실천 계획을 발표하고, 다른 모둠원들이 질문에 답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조금씩 한 명의 환경운동가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수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아직 컨설팅과 수업 공개 등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도 가져야 할 것이다. 다섯 모둠, 25명의 학생들은 각각 환경운동가가 돼 반려식물 키우기, 학교 앞 회야강 청소, 환경보호 동영상 제작 등의 활동을 할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생태와 환경,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며 자라나는 학생들은 지금의 어른인 나보다 멋진 민주시민으로,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단아 덕신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