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 선바위지구의 과학문화도시 개발 제안을 지지하며

2021-06-30     경상일보

정부가 지난 4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일대를 공공택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선바위지구’라는 이름을 붙여 1만5000가구가 들어서는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이용훈 UNIST 총장이 이 선바위지구를 아파트 단지가 아닌 ‘과학문화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경상일보 2021.06.02.특별기고). 과학과 문화가 접목된 친환경 자족도시이자 미래형 스마트시티의 건설이다. 탄소제로 건물에 자율주행 교통시스템, 디지털 데이터로 주민 개개인의 건강까지 관리 받는 꿈같은 도시를 그렸다. 우리는 이 제안을 공론화해 논의를 더욱 확장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 데이터,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들을 시민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도시에 접목시키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2013년부터 ‘미래도시 프로젝트’를 실행해 런던을 비롯한 30여개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전환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의 콜럼버스 등에서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디지털 신기술이 도시 계획단계부터 반영된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울산의 산업구조를 미래형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적 상황인 만큼 선바위 스마트시티로의 개발은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다. 기존의 도시를 미래도시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에 앞서 처음부터 미래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뿐 아니라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더구나 선바위지구 인근에는 첨단 과학과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UNIST와 울산대학교가 있다. 세계 모든 도시가 모델로 삼고 싶어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인근에 스탠포드대학교가 있어서 가능했다. 한때 농업지역이었던 실리콘밸리가 최첨단 산업도시로 변모한데에는 대학과 기업간의 연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탠포드에서 길러진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기에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물러 시대에 앞서가는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실현된 산학 네트워킹과 첨단사업 부흥의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울산만큼 좋은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바위지구에 미래도시 설계의 비전을 제시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이를 실현하려는 젊은 과학도들이 모여들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마련해 준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과학도시의 건설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고층아파트만 빼곡히 들어선 신도시를 생각해보자. 구매력은커녕 도시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인근의 다운동과 범서읍 일대에 1만4000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가 형성되고 있고 중·남구를 비롯한 울산 전역에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상황이다. 올해 울산의 인구는 지난해에 비해 1만6000명이나 줄어드는 등 인구감소추세가 심각하다.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구증감 추이를 살피며 주거환경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인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무작정 주택공급만 늘려서 인구를 유입시키겠다는 것은 생산 없는 소득으로 소비를 늘리려다 폭망한 현 정부의 대표적 실패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다름 아니다.

의욕적으로 할 일자리가 있고 과학이 생활에 녹아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어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된다. 그런 스마트한 미래도시를 선바위지구 백지 위에 그려서 실현시키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이 도시에 들어서면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수소전기자동차가 알아서 신호와 속도를 지키며 주행해 미래형 주택에 자동주차하고, UNIST와 현대자동차가 개발중인 개인형 비행체를 타고 공연장을 찾아 콘서트를 관람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런 미래 도시를 울산 선바위에 건설하면 ‘노잼(재미없는)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수준을 넘어 단번에 세계적 도시가 될 것이다. 이미 그 구성요소들이 상당수준의 기술에 도달한 만큼 실험적 도시로만 머물지 않을 게 분명하다. 완전히 차별화된 미래도시를 설계할 때다.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