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삶의 방식 달라진 포스트코로나…구체적 대책 강구해야

2021-06-30     정명숙 기자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 변화가 전국적인 공통현상이라고 해서 국가적인 대책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도시마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변화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대책과 백신접종에 집중돼 있는 행정력을 포스트코로나19 대응으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의 배달주문건수 증가율은 17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를 전국이 비슷하게 겪었음에도 유독 울산이 배달주문건수가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재미있는 현상으로만 여기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므로 정밀한 조사·연구를 통해 원인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찾아보면 대기업 사택들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이 일상화하면서 통제를 해제했다는 것이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한 대기업 사택에서는 지난 2019년 경비실을 통한 배달이용건수가 3500건이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4300건으로 약 22% 증가했다고 한다. 대기업 사택들이 많은 도시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에서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영업타격이나 실직으로 인해 가계수익이 줄어들면서 전업주부들이 아르바이트에 나선 것도 원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맞벌이가 전국에서 가장 적은 도시인 울산지역의 특성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주부아르바이트생이 대폭 늘어나면서 가족들의 배달음식 이용률이 증가했을 수도 있다.

전국적인 특성으로는 마침 증가추세에 있는 1인가구와 배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음식 배달에서 시작된 요구가 만화방과 편의점, 화장품, 생활용품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배달전문업체의 등장으로 배달에 따른 추가요금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시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에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의 증가는 공급의 증가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점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동네상권의 급성장이다. 동네상권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시내 중심상권의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지역경제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도시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배달노동자의 급증에 따른 사회적 대책도 필요하다. 전국 배달노동자는 22만여명으로 집계된다. 전체 취업자의 0.92%에 이른다. 울산지역 배달대행업체는 50여곳에 달하고 배달종사자는 15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의 고용형태와 오토바이 운행에 따른 교통안전 등도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과제다. 최근 3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 증가율도 울산이 62.4%로 가장 높다. 울산이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사회현상에 유독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