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사정기관장 대권 직행, 與 “부적절”…野 “정권 탓”

2021-06-30     김두수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차기 대선출마를 공식선언, 전날 사퇴한 최재형 감사원장과 함께 권력기관 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자신을 임명했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양대 사정기관 수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의 반대편에 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윤석열·최재형 두 전직 수장의 대권 직행을 놓고 여야정치권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최 전 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이례적 질타를 쏟아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최근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을 생각하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보수 야권은 현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정작 현 정권을 겨냥하자 여권이 윤석열 내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를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웠던 최 원장에 대해서도 여권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전 원장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도 넘은 압박에 떠밀린 것으로 갑질에 따른 사퇴다. 문재인 정권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감사원을 흔들고 인사권을 흔들어 원장을 고립시켰다”고 비판했다.

두 주자가 외견상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소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한 징계 청구 등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사퇴했다면, 최 전 원장은 외압이라 불릴 정도의 사퇴 명분을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윤 전총장이 대선 후보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의 잠행과 전언정치의 베일을 벗고 검증의 시간을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30년 가까이 ‘칼잡이’로 활동해온 윤 전 총장은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 등으로 불거진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자신을 향해 겨눠지는 검증의 칼날을 견뎌내야 한다.

윤 전 총장 본인과 처가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는 그가 대권 고지로 향하는 데 있어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처가 관련 논란이 들어 있다는 이른바 ‘X파일’ 의혹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법치와 정의를 강조해온 윤 전 총장이 정작 자신과 가족 문제에 있어선 깨끗하지 못했다는 공격에 노출될 경우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한 혐의 등으로 이달 초 입건됐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가 연루된 각종 사건이 돌출 악재로 불거질 여지도 있다.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만 서너 건에 달한다.

또 최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다.

이 중 최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의 1심 재판은 다음 달 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 직후인 만큼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