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의 공공의료원이 위험 최전선에서 기능해주길 바라며
2021-07-02 이재명 기자
몇 달 후 결혼을 앞두고 계셨다는 걸 기사로 접하니 마음이 더욱 안 좋았다. 우리가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위험한 현장에서 방어막이 되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덕분이라는걸 새삼 다시 느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위험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 싶다.
병원업 종사자로서 사건을 접하며 씁쓸했던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사고현장은 울산 중구였지만 화상 전문병원이 있는 부산까지 후송되어 치료받으셨다는 부분이다.
사실 심하지 않은 화상은 우리 병원을 포함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병원에선 다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번 같은 중증화상의 경우 울산에는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울산만 없는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중증화상 치료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패턴도 변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화상환자 수요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기존에 화상을 다루던 병원들도 줄게 되고 새로이 생겨서 자생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가스중독을 치료하는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이 1980년대까진 전국에 300곳이 넘었지만, 연탄 사용이 점점 줄자 화재 및 가스 중독 환자가 급감하면서 지금은 30곳 정도만 남은게 비슷한 예가 될 듯 하다.
현재 중증화상 치료를 하는 병원들은 크게 두 종류인데, 중형병원 정도 규모를 갖추고 그 분야만 24시간 집중해서 진료를 하는 화상전문병원들이 하나고, 규모가 있는 국립병원, 일부 대학병원들에서 화상센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두 번째다. 부산엔 화상전문병원이 2군데 정도 있는데, 앞서 말한대로 시대가 변하며 화상환자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기존 화상전문병원들도 운영이 녹록지 않다고 들었지만, 어떤 시대가 되더라도 위험 최전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항상 있기에 이런 분야를 다루는 병원들은 꼭 필요하고 울산지역에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수요상, 또 제반에 산적해있는 문제로 울산에 중증화상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민간 화상전문병원이 갑자기 생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차선책을 생각해야 하는데, 자연스레 새로이 건립되는 울산공공병원에 기대가 가게 된다.
현재 울산 산재 공공병원이 예비타당성 면제를 받아 추진이 되고 있고, 울산의료원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공공병원이 한곳도 없던 울산시에 두 곳이 한꺼번에 추진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야심차게 출발하는 공공병원들에서 이런 응급외상 관련 특수분야들을 꼭 맡아줬으면 한다.
서울의료원에서 고압산소치료실과 화상치료실을 운영하는 등 기존사례들 역시 많이 있다. 중증화상뿐만 아니라, 신체부위 절단사고를 다루는 수지접합도 울산에 없는 대표적인 응급외상 관련 특수분야로, 현재는 울산을 벗어나서 치료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다루는 병원들이 드문 것도 앞서 설명한 이유들과 같다. 주로 산재 현장에서 많이 생기는 만큼 울산 산재 공공병원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24년에 국립소방병원이 충청북도에 생긴다. 경찰공무원들을 위한 서울의 국립경찰병원처럼 소방공무원 분들을 위한 진료를 하는 3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으로, 치료와 심리검사, 트라우마 극복, 휴식 기능까지 갖춰서 2024년 개원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소방관들을 위한 그런 역할을 갖춘 전국구 공공기관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인게 확실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 최전선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에겐, 그리고 응급외상 특수분야의 치료가 필요한 모든 분들에겐 인접지역의 공공병원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훨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울산에 생기게 될 예정인 공공병원들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며, 다시 한번 고 노명래 소방사님의 명복을 빈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