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목숨 앗아간 상가화재는 예고된 ‘人災’
2021-07-02 정세홍
◇미용실 안쪽 주방에서 발화…스프레이 등으로 불 급속 확산
울산 중부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원, 중부소방서,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은 1일 오전 11시부터 성남동 화재 현장에서 약 2시간여동안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결과 발화장소는 미용실 내부 안쪽의 주방과 샴푸실, 창고 등이 위치한 곳으로 특정됐다. 감식팀은 최초 발화 후 화염이 커지면서 인명피해로 이어진 스프레이통 3~4개의 폭발도 확인했다. 국과수는 현장에서 전기배선과 스프레이통 등 물품을 수거해 정밀 분석중이다.
이호창 울산소방본부 화재조사조정관은 “다양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전기적인 원인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기배선 등을 국과수에서 수거해갔으며 감정 결과를 토대로 원인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감식 결과 화재가 발생한 미용실은 직사각형 형태 300여㎡ 면적으로 소방관들이 탈출한 창문 쪽에는 의자 등 미용기구가, 안쪽에는 주방과 가전시설, 창고, 화장실 등이 위치해있다. 미용실 안쪽 주방 부근에서 전기적 요인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고, 이후 미용실 내 스프레이와 무스 등 인화성 물질의 폭발이 겹쳐지면서 화재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40년 노후 건축물·불법 증축에도 안전점검 받은 적 없어
게다가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소규모 노후 건축물로 지난 1975년 사용승인 후 40여년간 한 차례도 정기안전점검이나 소방안전점검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용실에는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 등 화재안전시설마저 전혀 없었다. 건축물대장상 화재 발생 건물은 3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소방당국이 4층에서 구조한 시민들은 실제로는 옥상층을 불법·무단 증축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같은 소규모 노후 건축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정기 안전점검이나 소방안전점검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중구 성남동 원도심, 태화강국가정원 먹거리단지 등 노후된 소규모 건축물이 즐비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소규모 노후 건축물 소방안전대책 마련 시급
조례상 소규모 노후건축물 안전점검 범위가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조례상 소규모 노후건축물 안전점검 대상은 3층 이하 1000㎡ 이하 건축물 중 구조전문위원회의 자문결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구청장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석축·옹벽 등에 인접해 건축된 건축물로 구조안전의 확보가 곤란할 것으로 우려되는 건축물 등으로 한정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노후건축물은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안전점검 부재, 무단증축 등의 사실은 소방당국이나 관할 행정기관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구는 화재 건물 옥상의 무단증축 행위를 건축물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화재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철거 등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