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눈을 쉬게 하자

2021-07-05     경상일보

옛 속담에 ‘신체가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다’라고 했다. 옛날에는 지금과 같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신경써서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눈은 단순히 사물을 인지하는 정도로만 인식됐는데도 눈은 신체 중에서 가장 소중한 기관으로 여겨 왔다.

신종코로나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는 물론 공연, 오락 등 생활 전반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고 비대면에 의한 일상생활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가능해졌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각자의 업무는 물론 상호 간에 연락, 쇼핑, 문화, 화상회의 등 현대를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고 잠시 여유만 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가 쉴 새 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고 즐거워하는 사이에 눈은 그만큼 고통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굴절이상과 같은 시력 저하는 물론이고 눈의 충혈, 눈의 건조증, 두통과 같은 불편함은 더욱 더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코로나19 이후인 요즘이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3배, 초등학교 고학년은 2배 정도 근시의 증가량이 빨랐다고 한다. 이것은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함께 증가하고 그로 인해 눈은 가까운 곳을 편하게 보기 위해서 먼 곳이 흐려 보이는 근시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린 학생에게 근시가 발생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적응이 어려운 성인은 눈의 피로, 충혈, 안구건조증, 두통과 같은 불편함이 발생하게 된다. 근거리 작업을 할 때 사물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눈 속에 작은 근육들과 눈을 지지하고 있는 큰 근육들은 항상 긴장하게 되고 이 근육들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 또한 지속적으로 쓰게 된다. 이로 인해 눈은 작업시간이 증가할수록 불편함이 가중되고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나 밤에 불편함이 최고조에 이른다.

이러한 불편함의 정도는 근시, 원시, 난시와 같은 굴절이상 정도, 나이, 눈의 기능상태, 신체 상태 및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특히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중반에 주로 발생하며 시력이 좋은 사람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서도 발생한다. 어린이나 학생들은 시력저하 뿐 아니라 두통, 눈 피로와 같은 불편한 증상 및 물체가 2개로 보이는 복시 등이 나타나기도 해 집중력 저하와 학습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안 보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보더라도 자극을 줄여 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눈의 자극은 사물이 눈에 가까워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컴퓨터나 책, 스마트폰과 같은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볼 때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뜨려 보면 눈의 부담은 아주 많이 줄어든다.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 거리가 20㎝ 정도인 것을 참작하면 그보다 20㎝ 정도만 늘려도 불편한 증상은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거리뿐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눈의 피로는 가중된다.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보고 10분간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30분을 보고 5분간의 휴식을 갖는 것이 눈을 피로를 줄이는데 효율적일 수 있다. 이처럼 주의를 했는데도 여전히 불편함이 있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볼 때만이라도 안경 사용이 필요하다. 이때 안경 사용의 목적은 사물을 선명하게 보기 위함과 더불어 눈을 편안하게 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도 눈을 가까이와 멀리 번갈아 가면서 보거나 눈을 좌우 상하 및 회전하면서 사물을 보는 등과 같은 눈 운동도 눈의 건강과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눈은 우리 몸의 신경 약 70%가 집중된 기관이므로 휴식은 필수적이다. 눈을 감고 명상에 젖어보는 것도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눈의 피로 해소와 눈 보호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재도 전 경운대 안경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