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산 일대 2460가구 규모 민간개발사업 추진, 울산 남구 녹지축 훼손 신호탄 우려

2021-07-07     이춘봉

울산 남구 녹지축의 시작점인 삼호산 끝자락에 대규모 민간 도시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남구는 추진위의 제안서를 조건부 수용한 뒤 울산시에 제출할 방침인데, 시민의 허파이자 휴식 공간인 삼호산 개발이 도심 녹지축을 훼손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울산시에 따르면, (가칭)무거옥동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추진위원회는 남구 무거동 산142 일원에 20만5240㎡ 규모의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주택 2330가구 등 총 2460가구 규모다.

추진위는 남구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접수했고, 남구는 최근 조건부 수용을 통보했다. 남구가 내건 조건은 인근 개발·교통 여건을 감안해 원활한 교통 흐름이 가능하도록 검토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업 예정 지역은 상습 정체구간인 신복로터리와 옥현사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좌우로 문수로와 남산로를 끼고 있어 6000~7000명 이상 인구가 유입될 경우 교통대란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특히 인근에 이미 1395가구 규모의 무거삼호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무거옥동지구 사업까지 추가될 경우 파장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개발이 남구 녹지축 훼손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구의 녹지축인 삼호산과 남산은 약 3.6㎞에 걸쳐 무거동에서 신정1동까지 연결된다. 공단에서 발생하는 공해의 중구 방면 진출을 차단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삼호산과 남산 일원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울산공원묘원에 이어 옥동 일원 개발, 성광여고 및 울산제일고 조성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추가 개발은 없었다.

최근 한 방송사가 문수로변 녹지에 공공주택이 포함된 복합 개발을 추진 중인 게 유일한 개발 사례다. 시가 추진 중인 옥동~농소도로 개설은 대부분 터널로 조성돼 산림 훼손은 극히 적은 편이다.

그러나 무거옥동지구 개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옥동 군부대 이전 등의 문제와 맞물려 언제든지 추가 개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5년 이후 옥동 군부대가 청량읍으로 이전하고 공영 개발이 진행되면서 도로가 확장 개설되면 남산 일원의 접근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이 개발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7년께 정부 주거복지 로드맵의 일환으로 울산에서 약 18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을 타진했다. 대상지 검토 과정에서 남산 일원이 물망에 올랐지만 접근성 저하 등의 이유로 결국 최종 대상지는 굴화 일원으로 낙점됐다. 이는 도로망 등 제반 조건이 개선되면 언제든지 LH가 남산 일원에 대한 개발을 다시 타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거동과 옥동 방면에서 시작된 개발 붐이 중심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시적으로 떠오른 무거동 방면의 개발부터 막아야 연쇄 개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시는 제안서가 접수되면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쳐 울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교통난과 식생 훼손 등을 감안하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인근 무거삼호지구는 토취장으로 사용돼 이미 훼손된 지역인 반면 무거옥동지구는 식생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돼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현욱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장은 “녹지축을 개발할 경우 공공성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다면 고민할 여지가 있지만 단순히 민간의 이익을 위해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