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장마, 상식을 뛰어넘다

2021-07-08     경상일보

7월3일 드디어 올해 장마가 시작됐다. 제주도의 경우 1982년 7월5일 늦게 시작된 장마 이후 39년만에 가장 늦은 장맛비이다. 대개 6월1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6월23일 남부지방, 6월25일 중부에 장맛비가 내리는데, 올해는 열흘에서 많게는 보름 가까이 지체됐다. 지난해에는 6월10일 제주도에 첫 장맛비가 내리면서 역대 가장 빠른 장마로 기록된 동시에 49일이라는 최장의 장마 기록을 썼다. 그런데 올해는 왜 이렇게 장마가 늦게 시작된 걸까? 바로, 우리나라 5㎞ 상공에 위치한 차고 건조한 공기 때문이다. 차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가 우리나라 상공에 버티면서 남쪽에서 북상하려는 장마전선을 막은 것이다.

시작과 동시에 집중호우를 퍼부으며 무섭게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 하루사이 전남과 경남에선 400㎜ 이상의 폭우를 기록한 곳도 있다. 통상적으로 장마기간 31일 중 17일 동안 비가 내리는데, 총량이 350㎜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한다면 장마 초반부터 기세가 상당하다. 상층의 찬 공기 세력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남아있는 찬 공기와 장마전선에다 대기 하층에서 유입되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수직간의 대기불안정을 초래해 장마구름을 더욱 강하게 발달시킨 것이다.

교과서에서는 ‘장마’를 이렇게 설명한다.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과 북쪽에 위치한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힘겨루기에서 만들어진 정체전선인 장마전선에 의해 한 달간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를 반복하는 현상.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초래된 기후변화 탓에 교과서 속 장마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 장마전선을 중심으로 폭넓게 비를 뿌린 형태가 상식적인 교과서 속 장마의 모습이었다면, 정체전선 주변에 집중적으로 발달한 강한 비가 시간과 공간, 비의 양을 집중시키는 국지성 호우로 변화된 것이다. 또한 덥고 습한 공기와 차고 습한 공기의 세력싸움에 주변의 성격이 다른 공기와 저기압 등 복잡한 관계로 얽혀 더욱 강한 비구름으로 발달시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태풍이 본격적으로 한반도로 방향을 트는 7~8월에 접어든 만큼 비 피해에 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보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수시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