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황이 와도 걱정…깊어가는 조선업 구인난
2021-07-12 이재명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 2452만CGT(표준선 환산톤수) 가운데 약 44%인 1088만CGT(267억1000만달러)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24%,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는 183% 각각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2006~2008년 조선 호황기 이후 13년 만에 달성한 상반기 최대 실적이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60억4000만달러(50척)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수주는 느는데 협력사에서 일할 사람은 이미 떠나가버린 것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울산은 내년 4분기 필요인력이 5665명에 달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벌이가 안 되자 직원 추가모집을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20~30대 젊은 청년들은 일이 위험해 기피하는 경향이 커 기술인력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 5월 정부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을 선포할 당시 울산 동구는 이미 조선업이 초토화된 상태였다. 2년만에 현대중공업 및 협력사 근로자 수가 무려 44%나 감소했다. 협력사들 대부분에 경영위기가 몰아쳤고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근로자들은 울산을 떠났다. 지역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 초에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덮쳤다. 양충생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장의 말은 근로자들의 고충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그는 “장기불황 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버텨왔는데, 호황이 와도 주52시간제와 인력부족 때문에 눈뜨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수주가 차곡차곡 쌓이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상상이나 되는가. 울산시와 정부는 차제에 모든 법률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복구한 조선업 경기회복인가. 지난 5월 연장된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등 모든 지원제도를 활용해 구인난을 타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