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훔볼트해류’의 진화론적 인사이트

2021-07-12     경상일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진화론을 다룬 책이다. 갈라파고스는 진화론을 설명하는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생물종들의 진화론적 차이는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다윈은 그 이유를 “강한 해류에 의해 섬들이 격리되어 있으며, 강한 바람이 없어서 새나 곤충, 식물의 씨 등이 날려서 섬을 떠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이전에 먼저 방문했던 남아메리카에서도 ‘서로 다르지만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견은 ‘종은 변화하며, 지리적인 변화와 관계 된다’는 생각으로 발전해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갈라파고스는 적도에 걸쳐 있어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없다. 1월부터 6월까지의 우기와 7월부터 12월까지의 건기 두 계절로 나뉜다. 두 계절 가운데 차가운 물이 햇볕에 증발하면서 나타나는 ‘가루아’라는 현상은 해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더불어 플랑크톤이 풍성해져 바다 동물들에게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이 계절을 만드는 것이 바로 ‘훔볼트해류(Humboldt Current)’다. 독일 태생으로 자연지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훔볼트가 이 지역에서 해수의 온도를 측정하면서 표층이나 표면의 온도보다 낮은 해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기에 이 해류를 훔볼트해류로 명명했다. 그러나 갈라파고스의 진화를 재촉하는 또 다른 복병이 존재한다. 3~10년에 한 번씩 페루 해안에서 4~5도 상승한 수온이 해류를 따라 갈라파고스로 밀려온다. 바로 ‘아기 예수’라는 뜻의 ‘엘리뇨’ 현상이다. 갑자기 상승한 수온 때문에 물고기 떼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때 바다사자 절반이 굶어 죽는다. 바다이구아나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갈라파고스는 직면한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가는 종들의 다양성을 오늘도 보여주고 있다. 훔볼트해류나 엘리뇨 현상에 직면해 갈라파고스 제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자연환경 대한 적응으로서의 진화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인사이트(insight)를 준다.

첫째,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훔볼트해류 같은 자연 현상과 엘리뇨 현상과 같은 극단적 변화를 극복한 결과 현재와 같은 종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세계적 불황 등으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던 터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 위안 삼을 수 있겠지만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나름의 책임과 역할로 이겨내야 한다.

둘째,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 가능하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세계경제는 ‘뉴 노멀(new normal)’이었다. 이번 상황을 이겨낸다면 새로운 표준 또는 기준으로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다. 오히려 코로나를 이겨 내는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knowledge)을 통해 새로운 활력으로서의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분야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백신 등의 의학, 물류 등의 유통산업과 온라인 등은 괄목할 만한 성장과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볼 수 있다. 축적된 지식으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혼자였다면 자연 도태됐을 것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도전이다. 정부는 이번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지자체 또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들 또한 다시 한 번 방역 지침에 힘을 보태야 한다. 코로나를 이겨낸 종의 다양성은 그래야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