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선업계 수주난 넘고 나니 구인난

2021-07-12     김가람
자료사진

장기불황을 겪던 울산 조선업계에 최근 수주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업계는 기술인력이 부족해 제때 선박을 만들지 못할까봐 한숨을 쉬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수주량 240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가운데 43% 수준인 1047만CGT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60억4000만달러(50척)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업 수주 물량이 현실화되면 기술인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내놓은 ‘생산직접직 필요인력’ 자료에 따르면 울산은 내년 4분기 필요인력이 5665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2015년부터 지속돼 온 업계 불황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현장기술직들이 건설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타지역으로 떠나는 등 울산업계를 이탈해 당장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주 52시간 근무제도로 추가근무를 통한 잔업 수당 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임금이 30% 정도 감소한 점도 한 몫 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벌이가 안 되자 직원 추가모집을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20~30대 젊은 청년들은 일이 위험해 기피하는 경향이 커 기술인력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지자체 등에서도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확실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1년 만에 기술연수생 모집을 재개, 이달 말까지 선체 조립(용접·취부·도장)과 선박의장(기계·전기·배관) 2개 직종에 총 120여 명을 모집 중이다. 그러나 예전 조선업 호황기만큼 경쟁률이 높지는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술교육원은 2015년 정원 대비 입교율 88%를 기록한 이후 6년째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교육비 무료, 교육 기간(4개월) 중 매달 100만원 수당 지급, 현대중공업그룹 채용 시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해도 지원자가 적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납기일은 다 정해져있고 서둘러 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지원책들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울산시는 오는 19일 동구청, 현대중공업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조선업 수주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기술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충생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장은 “장기불황 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버텨 왔는데, 호황이 와도 주 52시간제와 인력 부족으로 눈뜨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다”며 “우리나라 조선업 부활을 위해서는 협력사 스스로의 처우 개선 노력과 더불어 신규 인력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역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가람기자 grk21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