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수주물량 급증 인력부족 심각]지역 조선업계 재도약 위해 ‘인력 적기 수급’ 머리 맞대야
선박의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현대중공업 150여개 협력사에 5000여명 정도의 신규 기술인력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수십, 수백명도 아닌 5000여명이라는 기술인력을 단기간내 수급하기엔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적기 인력 수급이 지역 조선업 부활의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1년만에 기술연수생 모집에 나서고 울산시 등 지자체도 인력 수급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인력 확충 절실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미흡
우선 주52시간 근무제 완화 등 근본적 해법 없이는 인력수급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 추가근무를 통한 잔업 수당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기술인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
평균 임금이 20~30% 정도 줄어들면서 기존 인력들은 배달 등 부업을 하기도 하고, 공사현장에서 용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대다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30대 젊은 층이 업계를 기피하면서 기술인력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기술연수생 모집에서 예년과 달리 지원자가 정원을 겨우 맞추는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인력의 부족은 수익 및 신용과 직결되는 납기일자와 절대적 관계가 있어 무리하게 납기를 맞추려다 산재 등 부작용의 우려가 커 적기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2시간 근무제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인력 확충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충생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장은 “돈이 없으니 돈 벌 궁리를 하고, 투잡을 뛰다보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아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술인력 평균연령이 47세 정도다. 젊은 사람들이 업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인력 수급을 위해 현대중공업은 대학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및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6월 대구 계명문화대학교와 조선산업 기술인력 수급에 관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계명문화대학교 기계과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최근 현대중공업 우수 사내 협력회사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했다. 2학기에는 4개월간 생산 현장에서 실습학기를 진행하고, 이후 협력회사에 우선 취업하는 취업 연계 실습과정을 운영한다.
◇현대중·협력업체 기술인력 육성·확충에 안간힘
여기에 대구지역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계명문화대학교에 입학한 후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협력회사에서 일하며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10월에도 한국폴리텍대학 및 사내협력회사 협의회와 ‘기술인력 수급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폴리텍대학 전국 33개 캠퍼스의 교육생·수료생들이 우수 협력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은 최근 1년여 만에 기술연수생 모집을 재개하고, 이달 말까지 선체조립(용접·취부·도장)과 선박의장(기계·전기·배관) 2개 직종에 총 120여명을 모집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90여명을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술인력 유인을 위해 사내 협력회사들과 함께 협력사 직원들의 복리후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작년 현대중공업과 사내 협력사들은 근로자의 복리후생 확대를 위해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현대중공업이 20억원, 정부가 10억원을 출연한 이 기금은 협력사 직원들의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또 현대중공업은 작년 3분기부터 기존 2자녀까지 지원하던 협력사 직원 자녀 학자금을 전 자녀로 확대했다. 올 3분기부터 유아교육지원금 지원기준도 3년에서 1년으로 완화한다. 5년 이상 근속한 협력사 직원은 자녀 수에 상관없이 대학교 입학금과 등록금의 50%를 지원받는다.
◇울산시·정부 조선인력 지원에 적극
정부와 지자체도 조선업 호황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 방어진을 ‘조선해양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뿌리산업 특화단지는 뿌리 기업들이 집적화돼 있는 산업단지 등을 지정해 기업 간 공동 활용시설 구축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방어진 특화단지에는 총 108개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회사가 포함된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협력회사들은 작업환경 개선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술 도입 등을 통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선다.
울산시는 현대중공업이 모집한 기술연수생에게 매월 60만원의 훈련장려금을 지원한다. 조선업 취업을 위해 타지에서 울산으로 이주한 근로자에게는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동구는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는 동구 내 사업장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수급을 통해 고용을 계속하는 경우 휴업수당의 90%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선납한 사업주 부담분 10%에 대해 6개월 한도 내에서 1인당 최대 월 21만원까지 동구가 지원한다.
또 오는 19일 울산시·동구청·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연합회 등은 인력수급과 울산정착, 상권 활성화, 협력사 경영안정 지원, 근로환경 개선 등에 관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조선업황 개선에 맞춰 안정적인 인력 수급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일자리를 통해 울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 등은 현재 조율 중이다.
김노경 울산시 일자리경제국장은 “조선업 수주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조선업계가 살아나면 지역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약을 통해 조선업계와 서로 잘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모처럼의 기회를 살려 울산과 조선업이 함께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조선업 인력 적기 수급에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람기자 grk21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