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노인들 더위와 전쟁 시작

2021-07-13     이우사 기자
“오전에는 경로당에 사람이 없어요.”

울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찜통더위를 동반한 폭염주의보까지 겹치면서 노인 등 취약계층의 힘겨운 여름나기가 시작됐다. 특히 어르신들의 휴식처이자 무더위쉼터인 경로당의 식사제공 금지로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나홀로 집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찾은 울산 북구 연암동 상방경로당. 오전 11시 기준 연암동 일대 기온은 31℃, 체감온도 33℃를 기록하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더위를 피해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에 들어서자 어르신 4명이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경로당 내 취식 제한으로 부식의 경우 음료만 반입이 가능한 탓에 경로당에는 유독 빈 음료 페트병이 많았다.

경로당 측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식사제공이 제한되면서 경로당의 오전은 대체로 한가한 편이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날 화봉동 사청경로당에도 오전 시간대에 2~3명의 어르신들만 모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수자(여·80)씨는 “오전에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오후가 되면 20여명 정도 모여서 더위도 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며 “아무래도 오전에 나왔다가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경로당에 오는 것이 번거롭다보니 오전에는 휑한 편이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경로당 내 취식이 제한되면서 노인들 상당수가 오전 시간대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지역 내 코로나 확산세가 확대된 것도 이용객이 줄어든 요인 중 하나다.

사청경로당 총무 탁문자(여·80)씨는 “새싹키우기나 치매 예방 그림그리기 등 프로그램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경로당을 찾는 인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로당 외에도 지역은행 등이 무더위쉼터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이용자는 물론 은행 측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 지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더위를 피해 오시는 분들을 위해 차도 대접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조심스러운 분위기다”며 “실제로 은행업무 외에 더위를 피해 은행을 찾는 사람들도 최근에는 거의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올해 폭염 관련 노인시설 562곳을 포함해 총 956곳의 무더위쉼터를 확대 운영중이다. 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4만7785명을 대상으로 집중 관리를 위한 재난도우미 5242명을 운영하는 등 보호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노인지회 관계자는 “경로당에 나오는 어르신들은 그래도 비교적 신체활동에 문제가 없고, 정정하신 분들이다”며 “몸이 불편해 경로당에 못 오시거나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