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글역사문화사업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2021-07-14     경상일보

울산 중구는 외솔 정신의 계승과 한글 자존감 회복을 위해 한글도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며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3년에 한글마을조성학술연구에서 중구의 대표문화자원으로 외솔을 설정하고 병영을 한글마을로 조성할 계획이 있었다. 이에 대한 관리방안으로 한글특구 등의 제도가 검토됐다.

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됐었다면 병영은 한글마을로 발전됐으며 중구의 한글도시 이미지는 높아졌을 것이다. 또 현재 원도심에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구를 한글도시로 추진하는 것에는 환영한다. 한글문화도시로 중구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의 실효성이 어디에 있는가다.

특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화사업이지만 그 자체에 정부의 예산지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모사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이는 지자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역사문화특구이기에 잘못 지정하면 중구의 권역별 역사문화의 특색을 훼손할 수 있다. 즉 신중히 준비하지 않으면 별 실효성이 없는 특구지정을 서두르다가 중구의 역사문화관광사업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구는 처음에 원도심에 한글역사문화특구를 지정하는 것으로 나오다가 최근에는 원도심과 병영성 일원을 범위로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구 지정의 효과로 무엇보다 원도심의 한글, 문화예술과 역사도시로의 대·내외적 이미지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도심 중심의 한글역사문화특구를 추진한다고 한다.

원도심을 한글역사문화특구에 포함하면 안되는 이유는 첫째로 외솔과의 관련성이 없고 장소성의 부재로 필연적으로 실패하며 원도심 고유의 역사와 문화도 흐려진다. 원도심은 자체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로 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문화의 거리, 동헌, 태화강 둔치, 야시장, 중앙동 도시재생 등을 활용해 미술과 문화예술을 특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여기에 한글역사문화특구를 지정해 한글문화를 덧씌우면 원도심의 특색이 흐려진다. 뿌리가 없는 겉이 화려한 포장술이다. 외솔정신과의 연관이 없어 확장력도 없다. 장소성이 결여된 문화관광산업은 성공할 수도 없다.

둘째는 원도심 중심의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은 병영의 한글문화를 퇴색시키고 한글마을 조성사업은 어렵게 된다. 병영에는 미진하지만 한글거리 조성 등 한글사업을 진행했다. 이미 외솔초등학교와 외솔중학교도 외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있는 고장이다.

원도심에 한글상징거리를 조성하고 중요시설인 외솔학당이 건립되면 병영의 한글마을 추진은 사실상 중단이고 한글문화는 퇴색된다.

병영은 외솔생가와 기념관이 있는 장소다. 외솔의 독립정신과 연관이 있는 병영 3·1독립만세운동의 발상지이며 위패를 모신 삼일사가 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축성된 병영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글역사문화특구는 외솔의 삶과 얼이 배어 있는 병영의 문화와 어우러져야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세종시나 김해시의 한글도시 추진과 차별성을 위해 특구의 명칭도 한글역사문화특구보다 외솔역사문화특구가 좋다.

끝으로 한글과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울산의 대표문화관광자원화사업, 한글마을 조성은 중단 없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

천병태 전 울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