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모적인 최저임금 협상, 대안은 없나

2021-07-14     이재명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높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191만4440원이다.

이번 최저임금을 두고 노와 사는 극명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결국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안건을 표결에 부쳐 채택됐다. 앞서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노사가 줄다리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음부터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모양새가 너무나 소모적이다. 앞으로 최저임금 책정 방법이나 협상 방법 등을 달리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책정된 최저임금은 코로나19 사태와 열악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상황, 그리고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을 바탕으로 도출됐다. 그러나 노사 양측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27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1.0%p 올린 4.0%로 제시했다. 한은은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3%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견인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혔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실업난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사의 극단적인 주장이 평행선을 긋는 것은 최저임금 책정이 너무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실제 수많은 업종이 있고, 노동강도와 위험성 등도 천차만별인데 매년 단 하나의 최저임금을 책정해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직종을 하나의 최저임금 시스템에 담으려다보니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 정권의 경우 집권 초기 1만원 공약 실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출범 첫해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최저임금(2018년 적용)은 7530원으로, 인상률이 16.4%에 달했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인상률이 10.9%였다. 그러나 2018년 들어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이 확산돼 인상률이 크게 꺾였다. 사회가 갈수록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현상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다양화하는 방법도 한번 고려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