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슬기로운 국민 생활 시즌3
정치가 방황하면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해방과 전쟁 이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제대로 된 국민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차관을 받아 기간산업이 구축되며 발전을 하였고 나라의 근간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장기독재로 이어지며 국민은 불행해졌다. 12.12 군사 정변으로 위정자가 된 자의 만행으로 시민이 많이 죽고 민주화 열망은 더 커졌다. 이러한 시기에도 우리 국민은 견디어내고 슬기롭게 살아내었다.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렸고, 다리를 놓고, 자원 하나 없이 수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렇게 묵묵히 제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한 국민은 위대하였다. 자유와 정의를 위해 민주화 투쟁을 한 이들도 우리의 용감한 국민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며 개혁이 시작되었지만 ‘슬기로운 국민 생활 시즌 2’는 노무현의 ‘참여정부’ 이후가 아닐까 한다. 당시 민주당의 경선은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의 돌풍을 중심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냈다. 이렇게 국민의 정치 수준은 높아졌지만, 우리의 대통령 운은 좋지 않았다. 자신의 치부를 위해 대국민 사기극으로 일관했던 대통령을 겪으며 엄청난 국가재정의 손실을 보았다. 죽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이는 지도자로서의 지혜와 품성이 부족하고 아바타를 자처했기에 국가 명예를 실추시켰고 국민의 촛불에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보다 대중이 온라인의 영역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비판과 지지로서 참여하고 권력을 바꾸는 힘을 가졌음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슬기로운 국민의 도움으로 집권한 현 정권은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며 적폐청산에 몰방했다. 그런데 국정 운영을 독선적으로 투쟁하듯이 밀어붙이고 있다. 정책의 실패, 무능과 부패를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내로남불 정권’이라 불린다. 이런 독선에 질려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진보 지식인들이 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강준만 전북대 교수까지.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포퓰리즘과 여론에 의한 정치를 하며 자기 정화능력이 없다고 한다. “독선과 아집 그리고 배제와 타도는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우리 정치도 이제 적과 동지의 문화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 경쟁의 문화로 바꿔나갑시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했던 말이다. 문파는 자신들이 지키지 못했던 노통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인가? 자기 집단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충성으로 뭉쳐 대화타협의 상대를 적으로 삼고 배제 타도하는 모습은 노 전 대통령이 적이라고 한 독선과 아집이다. 도덕적 명분과 국회 과반수의 힘을 가진 여당으로서 옹졸하다. 정권에서 내려와 자신이 한 것에 후회 자성하게 될 것을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슬기로운 국민 생활 시즌3’을 위해서는 우리가 이들을 검증해나가야 할 것이다. 색깔 논쟁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보수가 싫고 포퓰리즘과 내로남불의 진보에도 지쳤다. 정치군인과 반공투사, 민주항쟁 인사, 율사 카르텔을 겪어 보았고 그 윗선과 경직성에 실망하였다. 경제학자, 과학자, 이공학자 등 새로운 얼굴이 시즌3에서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집단을 위해서 투쟁하는 이보다 비록 경계에 머물지라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이 그립다. 함민복 작가의 시구가 떠오른다.
“‘경계’라고 하면 무조건 나와 너를, 안과 밖을,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서슬 퍼런 금부터 떠올렸다. 그 경계가 나와 너의 사이, 안과 밖의 사이, 우리와 그들의 사이이기도 한 것은 몰랐다. 그 사이에서 꽃이 핀다는 걸 몰랐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