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원 품은 울산, 정원도시를 꿈꾸다]생태조성도 중요하지만 시민들 친환경적 관심·행동 이끌어내야
정원도시는 개인적 공간인 ‘정원’과 공공 공간 ‘도시’가 합쳐져 내 집 정원과 같은 편안한 녹지여가 공간을 어느 곳에서나 느끼고 공유할 수 있음을 추구한다. 일방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이 아닌 ‘함께 가꾸는 것’ ‘모두를 담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개인 공간에서 공공 공간으로 연결되는 장소부터 지역 내 거점공원, 여러 계층이 이용하는 다양한 공간이 정원도시의 주요 자원이 될 수 있다. 국가정원 유치라는 쾌거를 이룬 울산의 정원도시 조성 여건은 어떤지, 공간 자원 및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분석했다.
◇‘정원 활용 가능’ 녹지공원 자원 많아
정원도시 울산의 중심에는 태화강국가정원이 있다. 아울러 울산대공원과 대왕암공원, 선암공원, 박상진호수공원 등 대규모 공원이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와 가까워 도심 속에서 전원적 여가녹지 공간으로의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
울산보다 먼저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이 자연자원 및 생태환경 중심의 국가정원이라면, 태화강국가정원은 도심 속 거점정원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주거지 또는 직장 등 생활환경과 매우 가까운 곳에 전원적 환경을 느낄 수 있는 국가정원과 대규모 거점 공원이 입지하고 있는 것이다. 거점공원의 5㎞ 범위 내에 중·남·동·북구 주거지 대부분이 속해 도시삶 속의 거점정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대규모 공원 외에 주거지 내에는 소규모의 근린공원, 소공원, 어린이공원이 산재하고 있다. 여러 도시개발 사업은 일정 기준 이상의 공원녹지를 함께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1970년대 이후부터 계획적인 주거지 개발이 다수 이뤄진 울산은 도보권 내에 크고 작은 근린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공원은 이용 주민의 특성에 맞춰 꽃밭, 텃밭, 놀이시설, 휴식공간 등 다양한 기능의 정원으로 조성하기에 유리하다”며 “공원의 조성과 이용, 관리 등 모든 단계에 지역 주민과 관련 모임의 참여가 쉬워 지역 밀착의 좋은 정원 자원이 된다”고 제언했다.
◇정주시설 및 주거시설도 정원자원 될 수 있어
공원시설로 지정된 자원뿐 아니라 정원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훨씬 다양하다. 대형 할인점, 대형 병원, 업무시설, 숙박시설, 대규모 상업시설 등 대형 건축물은 밀집에 따른 완충공간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개공지를 제공해야 하는데, 공개공지는 도심 내 쾌적한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고밀의 건축물이 밀집해 공개공지가 연결되거나 근린공원, 거점 공원 등과 연계될 경우 공개공지를 공원 및 정원형으로 가꿔 활용할 수 있다. 공개공지 설치 기준을 마련해 연계성과 이용 효율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서울시처럼 공개공지의 연계 설치 가이드 및 활용 방안을 제시할 경우 정원도시의 좋은 공간자원이 될 것이다. 대형 건축물은 규모 면에서 시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공개공지뿐 아니라 벽면, 옥상 등 다양한 녹지화 방안을 통해 정원으로의 활발한 이용을 기대할 수 있다.
고밀건축물과 더불어 야외공간의 비율이 높은 공공시설 또한 주요 자원이다. 도보 통학을 고려해 입지하고 있는 학교의 정원, 구·군청,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복지관, 문화회관, 체육시설은 외부공간이 넓어 정원으로 가꿀 수 있는 공간이 풍부하다.
이런 공공시설은 생활권 범위 내에 위치해 방문객의 이용이 활발한 시설로, 정원으로 조성할 경우 효과가 매우 크다. 단순히 이용객을 고려한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정원 네크워크 일부로 공간을 개방·연계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이 밖에 개별 주거시설에서도 정원도시 조성에 참여할 수 있다. 주거지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외부공간 비율이 큰 아파트 단지 내 녹지공간을 정원화해 담장, 보행로, 소공원, 가로정원, 거점공원으로 이어지는 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간 연계성으로 ‘네트워크화’ 기대
정원화할 수 있는 여러 자원을 도시숲, 가로공원 등으로 네트워크화시켜 연계할 경우 특정 장소의 정원화가 아닌 정원 속 도시 또는 도시 속 정원을 갖춰나갈 수 있다.
대규모 거점공원은 태화강, 동천, 여천천 등 하천과 연계해 입지하고 있어 이들 도시하천 공간을 연속성 있게 정원화할 경우 ‘정원 네트워크’를 기대할 수 있다. 정원의 네트워크화는 하천뿐 아니라 대로변 가로수, 자전거도로, 보도 등을 가로정원화해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울산은 도심 내 도시철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철도는 평면적 녹지공간이 함께 조성돼 시민의 이용 및 접근이 자유로우면서 녹지축이 연결되는 교통수단으로 도시의 상징과 정원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이는 거점정원, 생활권 내 커뮤니티 정원을 정주공간과 이어주면서 도시 내 바람길, 도시숲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이 함께하는 정원공간과 정원문화 확립
정원도시는 정원, 공원, 녹지, 수목 등 생태환경 조성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원도시를 조성하고 누리는 정원문화를 함께 이루고, 정원 속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민의 친환경적 관심과 행동으로 나타나 지속 가능한 꾸준한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정원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이 염두에 둘 부분이다. 따라서 조성되는 정원의 규모와 위치, 세부시설에 따라 정원 내에서는 축제, 문화이벤트, 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생태공간적 녹지를 생태와 문화가 함께 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원도시 울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정원에서 개최하는 프로그램과 정원을 함께 가꾸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정원을 만들고 이용하는 정원도시 울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현재까지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많은 공원과 녹지를 조성했고, 여가공간의 활용 측면뿐 아니라 바람길, 도심 열섬 현상, 생태적 보전, 대기질 관리, 경관 관리 등의 가치와 중요성을 고려한 도시숲 관련 사업 또한 면밀히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은 태화강국가정원 지정과 거점공원 조성 사업으로 이어졌다.
교통시설은 교통 기능 측면에서 다뤘고 개별 건축물은 민간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앞으로는 정원도시 울산의 관점에서 여러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정원이 정주환경과 밀접한 곳까지 조성될 수 있도록 많은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정원이 또 다른 형태의 정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