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 장벽’…철강·비철금속 등 타격

2021-07-16     김창식

EU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휘발유·디젤 차량 )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세계 첫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초강력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울산을 비롯한 국내 산업계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탄소국경세는 오는 2023년 1월1일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되며 3년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고 대(對)EU 수출물량도 많은 철강·비철금속 업계는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LNG선 등 친환경 선박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울산의 대 EU권 수출액은 97억05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울산의 대 EU권 수출비중은 17.3%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울산 3대 수출권역이다.



◇철강·비철금속업계, 관세 부담 늘고 수출 감소 우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철·철강의 대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제도가 적용되는 5개 품목(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중 가장 많다.

EY한영회계법인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EU가 탄소국경세를 t당 30.6달러로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약 1억4190만달러(약 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9년 우리나라가 EU에 수출한 물량(278만3801t)과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463만5721t)을 추산한 뒤 EU의 배출권거래제 및 역내 탄소세 규제에 포함된 탄소가격을 적용해 계산한 값이다.

우리나라 철강의 2019년 총 EU 수출액은 약 3조3000억원으로, 수출액의 약 5%만큼을 탄소국경세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금속광물제품과 1차 철강제품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경우, 철강제품의 수출이 11.7%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철강 외에 알루미늄과 비료 업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알루미늄의 작년 기준 대EU 수출액은 1억8600만달러, 수출물량은 5만2658t로 철강 다음으로 많다. 같은 기간 비료의 대EU 수출액은 200만달러, 수출물량은 9214t다.

시멘트 업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럽 지역 수출이 중단도 탄소국경세 영항은 미미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박진규 차관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 및 RE100(재생에너지 100%),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의 탄소중립 정책을 충분히 설명해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제도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을 대상으로는 세제·금융 지원, 탄소중립 연구개발(R&D)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자동차·조선 업계 ‘기회’

자동차업계는 내연기관 차량을 조기에 단종시키려는 EU의 방침과 관련, 이미 예견된 수순인데다 이미 업체별로 전동화 전략을 세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하이브리드카를 주력으로 하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에는 큰 위기인 반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경쟁력을 갖춘 국내 완성차업계에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종전의 전략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역시 유럽과 국내, 북미, 중국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 2030년 85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리는 종전 목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경우 판매 물량 중에서 EU 현지 생산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식기자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