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미래 세대가 바라는 정치의 변화
불공정에 분노한 2030 세대 표심이 30대 중반의 ‘국회의원 0선’ 인물을 제1야당 대표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있다. 집권 여당의 오만에 맞서 제 역할을 못하는 야당의 무능에 대한 질책과 반발이라는 평가도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모든 위대한 일은 젊음이 해야 한다’고 말하였지만 연령이 젊다고 새로운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의 내용 즉 알맹이가 새롭고 신선해야 한다.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이 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처럼 교체와 변화는 필연적이다.
일자리와 주택 문제 등 일상의 삶이 팍팍해지고 공정과 도덕적 가치가 무너졌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든다. 이념적 분열에다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 양극화 등 균열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에 매몰되고, 카르텔을 형성하여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구습이 그대로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미래 세대가 바라는 정치의 변화는 어떠한가.
먼저 선공후사의 리더십이다.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과 국민 전체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자기희생을 감내하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은 자기편의 잘못이나 불공정을 눈감고 상대의 잘못이나 실수는 물고 늘어지는 위선적 행태의 대척점에 서 있다. 미국의 신학자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익을 위해 신념을 저버리거나 정권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정치꾼의 행태이지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작은 이익에 휘둘리고 사소한 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던 사람이 힘있는 자리에 갔다고 해서 갑자기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우지 않을 것이기에 인물의 자질과 품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다음으로 지식과 실력은 물론이고 통찰력과 비전을 가진 리더라야 한다. 이상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정치가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구호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대내외 환경을 정확하게 꿰어 보고 옳은 길을 선택하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유능한 리더다. 국가의 진로나 정책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판단력은 매우 중요하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역할을 맡을 전문가를 발탁하는 지혜는 판단력과 상통한다.
마지막으로 책임 윤리를 제대로 실천하는 인물이면 좋겠다. 정치인의 책임 윤리는 열정의 과잉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모습을 띄는 정쟁을 끝낼 수 있다. 잘못이 있다면 시정할 수 있는 용기와 정직성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겸손함과 소통 능력은 책임 윤리의 기반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용으로 하는 법치의 실현도 책임감이 전제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따지는 일은 책임 윤리의 실천이다.
공동체의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은 정체성에 대한 결속, 공정한 경쟁과 약자에 대한 배려, 규범의 준수와 신뢰를 통하여 만들어진다. 미래 세대는 일자리와 주거의 안정, 공정과 도덕적 가치의 실현,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를 갈망하면서 정치가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인물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이미지에 따라 선거가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변화를 원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