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영의 미술산책(59)]김언영 ‘날아오르다’

2021-07-21     경상일보

2000년대 초 팝아트가 유행하면서 조선후기 회화인 민화열풍이 시작됐다. 민화는 당시 회화의 주류에 속하지 못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자들의 낙관이 없는 그림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유롭고 어눌한 표현이 현대적 미감과 맞아떨어지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화가들이 많아졌다.

민화의 어원은 ‘서민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으로,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가 부르기 시작한 용어이다. 이를 ‘생활화’라고 고쳐 부르는 것이 맞다고 이우환은 이조의 민화(李朝의 民畵)를 통해 말한다. 민화든 생활화든 그 본질적 내용은 현재 사람들의 생각, 언어, 생활상이 담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민화에서도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민화작가로 활동한지 6년째인 김언영 작가는 누군가가 그린 8폭 병풍에 4폭을 더한 독특한 학춤 그림을 완성했다. 김작가는 처음에는 장수의 상징 십장생 중 ‘학’을 그리려 했으나, ‘울산학춤’을 만든 김성수를 만나면서 오히려 학춤에서 학의 이미지를 가져오게 됐다. 김성수가 소장하고 있는 8폭 병풍은 전라도 어느 화가가 그의 부친인 김덕명에게 준 선물이다. 학춤으로 4대를 이어온 그의 가계 중 2, 3대가 춤추는 장면이 담겨 있다. 김언영 작가는 이 병풍에 1대와 4대(김성수)의 학춤을 더했다.

있었던 그림에 시대를 덧입힌 것이 흥미롭다. 소나무 배경을 이어 본래 있었던 그림처럼 연결시켰으나, 인물의 묘사와 옷자락의 필치는 기존의 것보다 훨씬 섬세하다. 자세히 보면 양쪽 소매 자락에 학의 깃털이 표현돼 있고, 1~3대 보단 화려한 의상으로 주제를 부각시켰다.

김언영의 개인전은 21일부터 25일까지 가기사진갤러리(울산시 중구 중앙길 187. 2층)에서 열린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