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파트 전월세 계약 10건중 6건은 ‘갱신’

2021-07-22     석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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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임차인(세입자)이 1회에 한해 기존 계약 연장(2년)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됐다. 집주인은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계약 갱신시 임대료 인상은 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된다. 그러나 기본 취지에 맞게 모든 세입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 제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임대차 3법 시행 효과 보고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울산지역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비율은 63.6%로 나타났다. 전월세 계약 10건 중 6건은 갱신계약이지만, 4건은 새로운 계약이었다. 또 갱신계약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서 갱신청구권이 무력화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증금 2억8000만원의 울산 남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던 A씨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이사했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집주인이 “실거주 하겠다”면서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근 지역 아파트를 찾았고, 보증금 4억5000만원에 전셋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핑계로 집주인은 5억원에 새 세입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4억5000만원까지 전셋값이 치솟았지만,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 5%만 인상, 2억5200만원에 계약을 갱신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30년 넘게 2년으로 굳어진 주택임대차계약 기간을 4년으로 확대해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장하자는 것이 새 임대차법 기본 취지지만, 이로인해 임대인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보유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고 싶지만,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서 곤혹스러워졌다. ‘전세 안고 매매’로 매물을 내놓았지만, 현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에 선뜻 매입에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월세상한제도 상황에 따라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울산 울주군지역 전월세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57.5% 줄어 138건으로 나타났다. 남구(-49.7%)와 중구(45.0%)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전세 매물을 구하기가 어렵고, 전세가격이 급상승한 지역에서는 세입자가 먼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5% 넘게 더 올려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 민법인 임대차법 특성상 계약당사자 간 합의만 이뤄지면 5% 상한을 넘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울산 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뒤 세입자를 새로 들이면 손해배상청구를 당하기 때문에 세입자 스스로 나가게끔 만들기도 한다”면서 “실거주 사유의 기준들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