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한반도 다시 열돔에 갇히다
지난 7월3일 평년보다 8일에서 많게는 보름 가까이 늦어 ‘지각장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시작된 올해 장마는 초반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세차게 이어지는 듯 했지만, 17일 만인 지난 19일 끝이 났다. 역대 가장 짧은 장마로 기록된 1973년(6일)과 2018년(중부 16일·남부 14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짧은 장마로 새 기록을 쓴 것이다.
장마가 끝났다는 것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올 여름 더위도 심상치 않다. 기록의 기록을 쓴 2018년 폭염을 능가할만한 더위가 닥칠 수도 있다. ‘열돔현상(Heat Dome)’ 때문이다. ‘열돔현상’이란 대기 하층부터 상층까지 뜨거운 기운으로 뒤덮인 현상을 말한다. 대기 하층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지배한 가운데 대기 상층으로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열적 고기압인 티베트 고기압의 확장이 원인이다. 아래위로 불기둥이 형성되는데다, 상층 열적 고기압에서 발생한 하강기류가 지상의 공기를 누르는 과정에서 압축효과로 기온이 더 올라가는 압력솥과 같은 역할을 해 기온상승 효과를 더하는 것이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 때도 그러했다. 2018년에는 전국 폭염일수가 31.4일로 1973년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고, 48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폭염이 2018년처럼 한 달 가량 지속되느냐, 아니면 주기적으로 짧게 나타나느냐이다. 현재의 기압계를 보면 대기 상층부로 열기가 쌓이는 전개 양상이 2018년과 비슷하고,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발달 정도나 강도 역시 평년과 비교해 더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극한의 폭염은 열돔 현상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가 장기간 지속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열돔현상의 장기화 여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이 일상화 될 확률이 높다. 폭염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심각해질 폭염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가 우선이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야외활동을 피해야 한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15분~20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수분보충을 해준다. 이온음료와 같이 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셔 땀으로 배출되는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것도 좋다. 옷은 통풍이 잘되는 느슨한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지치기 쉬운 체력유지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고, 신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열생산을 줄이기 위해 단백질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