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울산에 산다]“고국 일본보다 한국에서 살아온 나날이 더 많아졌어요”
“울산에서 받은 도움을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다누리학교에서 만난 오오이즈미 후사코(63)씨는 지난 1988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덧 한국에 정착한지 34년이 된 후사코씨는 고국인 일본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는 현재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근로자의 모임인 다누리학교에서도 재능기부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후사코씨는 처음 인천에서 살다가 지난 1997년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울산에 정착하게 됐다. 남편을 따라 낯선 한국 땅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그또한 고생이 많았다.
후사코씨는 “처음에는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 장을 보기 위해 시장에 가도 ‘이거 얼마에요?’라고 물어볼 줄은 알지만 대답을 못 알아들어 힘들었다”며 “얼굴은 한국사람과 크게 차이가 안 나는데 말이 안통하니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국 시장 상인들과 손짓, 몸짓으로 겨우 소통하곤 했다”고 30여년 전을 회상했다.
후사코씨가 울산에서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때 후사코씨에게 큰 도움을 준 곳이 바로 새마을 부녀회였다. 부녀회는 한글이 서툰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달에 한번 요리 프로그램도 진행해 후사코씨는 당시 한국음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울산에 다문화협회가 생기면서 후사코씨는 초대멤버로서 온산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이 시기부터 후사코씨는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자 울주군 자원봉사회에서 20여년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후사코씨는 “예전에는 울산 시내에 있는 일본어 학원에서 강사로도 활동했지만, 지금은 다니기가 불편해 주로 집에서 전화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며 “그리고 일과 중에 비는 시간에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다누리학교에서 재능기부를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결혼이민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