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30)]가름하다와 갈음하다를 견주다

2021-07-26     경상일보

문장을 작성할 땐 언제나 적합한 낱말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인지하고 있는 어휘들을 되새겨 보고 가장 적합한 하나의 어휘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명사나 형용사에 비해 동사 활용에 관한 관심이 미흡해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동사의 맛>(김정선·2015)은 동사 활용에 대한 유익한 참고문헌 중 하나다. 이 책의 서문에서는 ‘한자어에-하다나-되다를 붙여 쓰거나 대표되는 동사 하나로 한통쳐 쓰면서 멀쩡한 우리말 동사들일 때 이르게 죽은 말 취급을 받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말로 문장을 작성하면서 한자 말을 은근히 우선하고, 외래어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순우리말은 슬쩍 낮추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르치다’를 굳이 ‘실패하다’라고 하고, ‘견주다’나 ‘비기다’ 보다 ‘비교하다’나 ‘비하다’를 더 자주 쓴다는 것이다.

‘가다듬다’와 ‘간추리다’는 흐트러진 것을 바로 잡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쓰임새는 확연히 다르다. 마음가짐이나 태도, 자세를 바로 할 때는 ‘가다듬다’이고, 생각이나 글의 내용 또는 물건을 정리할 때는 ‘간추린다’가 적합하다. 예문을 들어보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해봐.’ ‘강연의 요지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등이 있다.

‘가름하다’, ‘갈음하다’도 자주 혼용하는 동사다. 쪼개어 나누거나 승부를 정하는 것은 ‘가름’, 다른 것으로 대신하는 것은 ‘갈음’이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가 승패를 가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으로 기념사를 갈음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가시다’와 ‘부시다’도 헷갈리는 단어다. ‘가시다’는 물 따위로 깨끗이 씻는다는 뜻이고,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한다는 뜻은 ‘부시다’이다. ‘소금물로 입을 가셨다.’ ‘잔치 후 수많은 그릇을 부시니 개운하다.’를 예문으로 들 수 있다.

견주는 동사는 <동사의 맛>에서 고르고, 보기 문장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일부 인용했다. 한자말보다 우리말 동사를 더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