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17)]두 개의 정원

2021-07-28     경상일보

15년 지내던 사무실을 옮기면서 두 개의 정원이 생겼다. 실내 벽면에 설치한 수직 정원과 건물 외부에 자그마한 자투리 정원이다. 둘 다 한 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내게는 우주만큼 큰 세계다.

아침저녁으로 살펴보면 외부 정원은 모서리를 기점으로 미세하게 기후가 다르다. 아침 햇살이 동쪽 화단에 내리쬐니 옮겨 심은 호스타 종류는 잎이 탄다. 오후가 되어 해가 남쪽에서 서쪽으로 기울면서 그늘이 진다. 이어서 저녁 해가 길게 드리워지는 쪽은 올려 심은 산딸나무의 분을 메마르게 한다. 애가 쓰여 흙 위에 바크를 덮어주니 날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지인이 선물로 준 수국은 벌써 누군가의 손을 타서 아쉬운 이별을 해 버렸다.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자 남편이, “꽃으로 보시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심어 보라”고 마음을 달래 준다. 작은 공간이지만 나무와 꽃과 풀 등 30여 종이 어울려 있다. 이웃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동네가 환해졌다고 인사를 한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실내식물로 만든 수직 정원이 있다. 실내에서 살기 적합하게 태어난 식물은 없다. 단지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 중 실내 환경을 견디며 살아가는 식물을 이용하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빛이 부족한 실내는 꽃이 피는 것이 어려우므로 잎을 관상하는 식물 즉, 관엽식물을 들여 정원으로 즐길 수 있다. 위치나 조도에 따라 적당한 식물을 선택하면 된다.

1984년 세계보건기구는 실내공간이 바깥보다 다섯 배에서 열 배나 더 오염되어 있고, 이 때문에 우리의 건강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단열과 에어컨 사용으로 실내공간에 바람이 통하지 않고 밀폐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실내식물은 실내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가습 효과와 정서적 안정도 제공한다. 연일 폭염에 사람뿐 아니라 식물도 힘든 시기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고 물이 썩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안팎으로 보살피느라 분주하지만, 정원은 항상 그 이상의 선물을 안겨준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