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썰렁한 시장골목 숨막히는 열기만

2021-07-28     석현주 기자
“더워서 시든 채소는 못 팔아. 덤으로나 주지. 날씨가 이렇게 더우니 마트 찾는 사람들이 이해는 된다.”

27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줄어든 데다 폭염까지 더해져 상인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천장엔 햇빛을 가리는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지만, 한낮의 땡볕에는 큰 효과가 없다. 개별 선풍기 외에는 별다른 냉방장치가 없어 상인들은 부채와 냉수 한잔에 의지해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배추와 대파, 호박 등을 가지고 나온 상인은 “코로나에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버티기 힘든 지경이다. 마스크를 쓰면 숨이 턱턱 막히니 손님도 절반 넘게 줄었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외출 자체를 꺼리고, 폭염으로 냉방시설이 완비된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 이날 신정시장에는 중장년층 단골손님 몇몇이 바삐 장을 보고 돌아갈 뿐 한산함을 유지했다.

신정시장 내 칼국수·국밥 골목은찾는 이가 없어 대낮이지만 을씨년스러웠다. 아예 휴일을 알리며 문을 닫은 가게도 여럿이다. 예전 같으면 가게 밖에서 국밥을 끓이고, 칼국수 면을 뽑고 있을 상인들이 점포 안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대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과일과 야채 등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의 경우 더욱 속이 타들어간다. 무더위에 제값을 못 받고 버려지는 상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위에 수박을 만져보면 따뜻함이 느껴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실온에 꺼내 놓으면 금방 물러지는 복숭아, 자두 등은 소량만 꺼내놓고 실내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장 보관도 어려운 바나나는 그야말로 골칫덩이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사람도 지치고, 과일도 지친다. 저렇게 두면 물러질 것을 알지만, 안 꺼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만 내놓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확산이 시작됐던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들다. 치솟은 물가에 불경기, 폭염, 코로나까지 힘든 이유를 꼽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토로했다.

생선 진열대 아래에는 녹은 얼음물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줄줄 흘러내렸다. 생선가게 상인들은 쉴 새 없이 녹아내리는 얼음을 채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선 점포를 운영하는 B씨는 “이렇게 얼음을 올려놔도 금방 녹아 없어진다. 혹시나 상할까 걱정돼 바로 얼음을 채워준다. 얼음값이나 나올지 모르겠다. 손님이 없으니 재고만 쌓이고, 너무 힘들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