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원 품은 울산, 정원도시를 꿈꾸다]“시민들 정원도시 육성 참여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만들어야”

2021-07-29     이춘봉

과거 ‘죽음의 강’이라 불리던 태화강은 울산 시민의 땀과 노력으로 ‘생명의 강’으로 복원됐고, 국가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이런 결실은 울산시의 노력과 시민들이 흘린 땀이 바탕이 됐다. 도시 전체를 정원화하는 것이 마냥 쉽지 않지만 과거 태화강을 복원한 울산의 저력과 높은 시민의식을 염두에 두면 ‘정원도시 울산’이라는 새 수식어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정원도시 울산’ 실현을 위해 실시한 연구보고서에 담긴 밑그림을 바탕으로 설문에서 엿본 시민 의지와 시의 행정력, 지역 사회 역량이 결집돼 ‘울산의 거대 정원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왜 정원도시인가

최근 미세먼지, 폭염 등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함께 생활방식이 개인 삶의 질을 중심으로 건강과 여가·레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녹지공간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더해져 국내외 주요 도시가 정원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정원도시는 화분 하나, 나무 한 그루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용이하다. 식물과 예술이 접목돼 사계절 변화에 따른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울산도 지난 2019년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후 일상생활 속 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용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시와 울산연구원은 도심 외곽지역 주민들이 태화강 국가정원과 울산대공원 등의 도심에 위치한 거점공원을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실정에 주목했다. 이에 도시 전체를 그린웨이 네트워크(Greenway Network)로 구축해 정원화하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뒀다.
 

◇거점공원 중심의 ‘그린웨이 네트워크’

울산연구원은 일상생활 속 정원, 가고 싶은 정원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전략으로 ‘지역 내 거점공원을 중심으로 한 도시 전체 그린웨이 네트워크 구축’ ‘도보권내 근린공간을 대상으로 한 마을 단위 소규모 공원의 정원화’ ‘정원 브랜딩을 통한 관광 상품화’ 전략을 제안했다.

‘지역 내 거점공원을 중심으로 한 도시 전체 그린웨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대공원, 대왕암공원 등 주요 거점공원의 정원화를 비롯해 공공업무시설, 학교,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건물의 입체녹화를 통한 정원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산연구원은 이와 함께 거점공원들 간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주요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강변 등을 활용한 ‘생활권역별 주요 거점축 가로정원사업’을 추진하자는 안을 냈다.

중·남구의 삼산로와 번영로는 태화강, 동천의 강변축과 연계가 가능한 지역 내 대표가로이며, 이들 도로를 대상으로 지상녹지공원, 공중정원, 교량정원, 수직정원, 공공건물 특화정원, 교통섬 레인가든 조성을 통한 가로정원사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동서 구간을 5개로 구분해 각 구간별로 스토리를 입힌 ‘스토리가 있는 태화강 정원조성’ 사업도 건의했다.



◇기존 공간 리모델링해 정원문화 입혀야

울산연구원이 제안한 두 번째 추진 전략은 도보권 내 근린공간을 대상으로 한 ‘마을 단위 소규모 공원의 정원화 사업’이다.

생활권 내 기존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은 대부분 천편일률적 시설로 구성돼 공원으로써 역할에 아쉬움이 많다.

이들 공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근린공원 이용 현황을 파악해 기존 공간을 과감히 리모델링하고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업·업무 밀집지역 공원은 인근 근로자와 상가 이용객의 여가공간이나 전시·공연·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이벤트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단독주택 밀집지역 공원은 창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가꿔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 가꾸고 이용하는 ‘세대 공존형 마을정원’ 조성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주거지내 유휴공간이나 공원의 일부를 공동텃밭으로 전환해 로컬푸드를 공급하거나 소규모 온실과 같은 시설을 공원과 결합해 생활 속의 정원문화를 확산해 나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승길 울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영방식도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일상 속 공간에서 주민 스스로가 가꾸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각 공원마다 주인 만들기 운동을 펼쳐 정원문화를 확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원 브랜딩 및 민관 협력 중요

마지막 세 번째 제안된 추진전략은 ‘정원 브랜딩을 통한 관광 상품화’다.

싱가포르는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형 식물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를 계획하면서 당초 ‘도시 안의 정원(Garden in the City)’이었던 도시브랜드를 ‘정원 속의 도시(City in the Garden)’로 변경해 도시 전체를 관광 자원화하고 정원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견인했다.

이처럼 향후 울산도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정원도시 브랜드 가치 창출과 관광 상품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정원도시 실현을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의 파트너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울은 시민 주도의 정원문화 정착을 위해 민관을 연결하고 선도적으로 민관협력을 이끌어 갈 ‘정원도시 총괄계획가’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시민정원리더 양성·활동 지원’ ‘우리동네 정원 콘테스트’ ‘기업과 함께하는 녹색프로젝트 확대’ ‘정원지원센터 건립 및 운영’ 등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안 마련을 통해 정원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시는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과 함께 ‘태화강 국가정원과’를 신설했고, 최근에는 정원 문화·산업의 체계적인 보급 육성을 위한 정원지원센터 조성을 위한 국비도 확보했다.

국내에서 순천 다음으로 들어서는 정원지원센터는 정원도시 육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김승길 연구위원은 “시민이 정원도시 육성에 직접 참여해 실천할 수 있도록 정원 문화·산업 관련 다양한 교육과 실천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도시 전체를 정원도시로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사진=울산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