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응원 ‘올림픽 특수’ 실종…배달만 폭주
2021-08-02 정세홍
지난 31일 찾은 남구 삼산동 일대. 이날은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과 축구 대표팀, 여자배구 대표팀 경기가 같은 시간대에 열린 ‘한국 구기 종목의 날’이었다. 축구는 4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삼산동 번화가는 물론 주점과 호프집은 오후 10시 영업 종료를 앞두고 청소를 시작하는 등 분위기가 한산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매번 진행됐던 단체응원 풍경도 신종코로나 때문에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치킨집에는 홀 테이블은 텅텅 비어있는 반면 주문 단말기에서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홀은 오후 10시에 영업을 그만둬야 하지만 배달은 이후에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치킨집 업주 A씨는 “지난 월드컵과 올림픽 때는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응원전을 위해 자리 예약이 가능하냐는 전화가 아침부터 걸려왔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게에는 아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할 일 없는 종업원만이 앉아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신종코로나로 모임이 제한되면서 경기를 ‘함께 보는 맛’이 사라져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평소 대형 스포츠 행사 때면 지역 곳곳에서 단체응원이 진행되거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술집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졌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런 풍경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시민 최모(49)씨는 “전국적으로 소비증진을 위해 올림픽 기간에 맞춘 거리두기 한시적 완화 등을 기대했지만 4차 대유행이 이어지다보니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신종코로나로 인해 지구촌 스포츠행사라는 올림픽도 예전같은 느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선전에 힘입어 수영과 탁구, 태권도 등 종목들의 스포츠 학원들도 내심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으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다.
태권도학원 한 원장은 “오히려 문의가 신종코로나 때문에 더 줄었다. 최근 어린이들의 확진 비율이 높아지다보니 학부모들이 다니는 학원도 끊으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올림픽 때 수강생이 20~30%가량 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