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세계는 울산 우롱 그만해야

2021-08-03     정세홍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먹튀는 꿈도 꾸지 마라.” “중구민을 우롱하는 신세계는 각성하라.”

울산혁신도시 맞은 편 아파트 방음벽에 얼마 전 내걸린 현수막의 내용들이다.

지난 6월 말 신세계는 울산을 방문, 혁신도시부지에 1440가구 오피스텔을 포함한 49층 규모의 복합상업시설 개발 방향을 발표했다. 이후 혁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끝나지 않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핵심은 신세계의 발표안 중 핵심은 1440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건립이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키즈도서관 등 쇼핑시설이 포함돼 있으나 고작 10% 규모에 불과했다.

지난 2013년 백화점을 짓겠다며 혁신도시 부지를 매입한 이후 8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도시 중심상업부지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신세계는 각종 협약을 맺고 백화점이냐, 스타필드냐를 놓고 저울질했다. 내부 용역을 하고 개발 방향을 내놓겠다면서 임원진들이 수차례 울산에 내려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울산시민들은 기대감을 가졌지만 신뢰를 저버린 것만 여러 차례였다. 결국 신세계가 울산시민들에게 내놓은 건 오피스텔 위주의 복합상업시설이었다.

울산에는 경기침체를 핑계삼으며 백화점 건립을 뒤집은 신세계는 대전에는 중부권 최대 규모의 대전신세계엑스포점을 8월 개점한다. 호텔과 테마파크와 아쿠아리움, 영화관, 전망대 등 쇼핑·문화시설이 포함된 지하 5층~지상 43층 규모다.

결국 울산에는 백화점을 지어도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오피스텔을 지어 땅장사를 하겠다는 신세계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 신세계는 울산혁신도시 부지를 매입하면서 555억원이라는 저렴한 분양가와 1200%에 달하는 용적률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이제 와서 사업성이 없다며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건 그동안의 협약과 협의, 울산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최근 혁신도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세계의 오피스텔 건립 계획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6%에 불과했다. 반면 백화점 등 형태는 다르지만 쇼핑센터를 원한다는 응답이 94%에 달했다.

관할 행정기관인 중구도 애초 협약 내용에 근거한대로 개발방향을 세울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제는 신세계가 응답해야 한다.

지난달부터는 울산혁신도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권한도 울산시로 넘어왔다. 앞으로 신세계가 어떤 형태로든 중심상업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울산시와 중구와 논의를 할 수 밖에 없다. 울산시와 중구는 혁신도시 주민 여론을 고려해 행정적인 대비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 혁신도시의 노른자 땅인 중심상업지를 더 이상 빈터로 놔둔 채 혁신도시를 활성화를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