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주요기업체 일제히 여름휴가, “울산에서 조용히 보내렵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울산 주요 기업체들이 일제히 여름휴가에 돌입한 가운데 예년과는 다르게 ‘울산에서 휴가를 보내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휴가 풍경도 바꿔놓았다.
2일 찾은 북구 양정동 일대. 현대자동차가 이날부터 여름휴가에 돌입하면서 주변 상가와 학원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가게에는 “여름휴가 갑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대형차량들이 분주하게 다니던 염포로는 한산했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 일대도 수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일제히 휴가에 돌입했고 근처 학원과 음식점들도 동반 휴가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는 2~6일까지 주말을 포함해 최장 9일의 휴가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최장 17일에 달하는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예년과 달리 울산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 접종이 더딘 탓에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전국 대부분이 거리두기 3단계 이상의 방역조치가 내려져 있다보니 국내여행도 여의치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울산지사에 따르면 본격 여름휴가가 시작된 지난 주말(7월30~8월1일) 울산IC를 통해 나간 차량은 총 7만8688대(평균 2만6000여대)로 집계됐다.
울산IC를 통해 들어온 차량도 7만여대로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 주말 수도권에서 강원도 등 동해안으로 향하는 통행량이 45만대에 달하는 등 피서객이 집중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집단 여름휴가를 실시한 기업체들은 신종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휴가 전 직원들에게 타 지역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기본 방역수칙 준수 등을 당부했다.
울산시도 지역경제 회복과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송철호 시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울산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제외하다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푸념도 이어진다.
독채 펜션이나 독립된 캠핑장 등 소규모 피서객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외지로 나가거나,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집콕족’도 있다.
이모(여·30)씨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다른 지역 방문하기는 무섭고, 울산에서 찾으려니 마땅히 갈 곳을 찾기도 힘들다”며 “계곡도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릴 것 같아 포기했다. 올해는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