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오른게 없다” 치솟는 물가 “장보기 겁나”

2021-08-04     석현주 기자
“가족들과 캠핑 떠나기 전에 장 보러 나왔는데 상추, 깻잎부터 돼지고기, 과일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

3일 오전 울산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앞. 휴가 준비를 위해 장 보러 나왔다는 40대 최씨는 야채를 들었다, 놓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작황 부진에 폭염까지 겹쳐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뉴스에서 농수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면서 “장보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장바구니에 채소를 담은 다른 고객들도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다. 배 3개에 2만원, 사과 4개에 1만원, 수박 1통에 2만원이 넘어가자, 과일 코너는 한산했다.

달걀 판매대에서는 1판(30개)에 6800원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유 수량은 그리 많지 않았고, 진열된 달걀을 살펴보다가 달걀 한 판을 집어 든 30대 김씨는 “달걀값은 당분간 이 가격을 유지할 것 같아서 최대한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것을 골라 담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먹거리 가격이 농·축산 식품을 가리지 않고 잇따라 오름세다.

3일 동남지방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울산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06.14(2015년=100)로 올들어 가장 높게 조사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 상승했고, 이는 9년여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0.5%), 2월(1.0%), 3월(1.5%) 점차 폭을 키워가다가 4월(2.3%)부터 넉 달째 2%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체감지수인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7% 올라 2012년 1월(4.3%) 이후 9년 6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농·축·수산물은 작황 부진과 AI 여파에 11.0% 오르며 지난해 8월(11.4%) 이후 1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14.5%, 축산물 9.6%, 수산물은 3.7% 상승률을 나타냈다. 농·축·수산물의 주요 등락 품목을 살펴보면 전년 동월대비 기준으로 마늘(51.0%), 달걀(39.7%), 오징어(21.3%), 복숭아(19.8%), 수박(18.7%), 쌀(14.7%), 고등어(11.4%)는 올랐고, 무(-23.5%), 배추(-19.2%), 고구마(-13.6%) 등은 줄었다.

공업제품 물가는 2.9% 올랐다. 경유(23.1%), 휘발유(19.9%) 등 석유류가 공업제품 상승세를 주도했다.

다만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 상승폭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축소되면서 기저효과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4월 이후 저점을 찍고 조금씩 반등한 흐름이었다. 전기·수도·가스는 5.2% 하락했다.

서비스 중 공공서비스는 무상교육 등 정책 영향으로 1.1% 내렸으나 개인 서비스는 2.4% 올랐다.

개인 서비스 중 많이 오른 품목은 보험서비스료(9.6%), 공동주택관리비(5.2%) 등이다. 집세는 한 해 전보다 1.7% 올랐다. 전세는 2.3%, 월세는 1.4%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 음료 상승률이 7.5%에 이르렀고 교통(6.8%), 음식·숙박(2.7%) 등도 올랐다. 반면 교육(-2.9%), 통신(-2.4%)은 하락했다.

한편 7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 상승했다. 하반기 물가가 2분기보다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폭염과 유가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