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내버스 업계 위기, 원인과 해법은]요금 인상 필요하지만 경기침체 여파에 중단
시내버스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20년 이상 지속된 적자에 업체마다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입마저 급감해 도산 위기에 빠진 업체도 있다. 울산시는 매년 수백억원대의 재정지원금을 업계에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원금 규모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혈세를 투입해 사기업의 재정을 지원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시는 공공재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시내버스 경영 개선 위해 지급 시작
재정지원금은 적자 노선 손실 보전금, 환승 보전금, 벽지 노선 보상금, 저상버스 도입 지원금, 노후차 대·폐차비, 유가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울산시는 2000년께 시내버스 업계의 적자가 확대되자 ‘시내버스 회사 경영 개선’ 명목으로 재정지원금을 지급했다. 공익성이 강한 시내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해 예산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02년 38억원 수준이었던 재정지원금은 다음 해 93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04년 무료 환승이 시작되면서 100억원대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업계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덩달아 지원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838억원까지 늘어난 재정지원금은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승객 급감으로 올해 사상 첫 10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는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요금은 2015년 12월 인상 이후 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시는 요금 인상을 검토하다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로 검토를 중단했다.
◇손실액의 95%로 지급률 상승
재정지원금은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표준운송원가는 하루 시내버스 1대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총 비용을 산정해 결정한다. 인건비와 연료비, 정비비, 보험료, 차량 감가상각비 등이 표준운송원가에 포함된다. 전년을 기준으로 표준운송원가를 예상 산출해 당해년도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표준운송원가가 산출되면 업체의 수익금을 제외한 뒤 발생하는 손실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구조다.
업계 적자가 심화되면서 지급률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5년 52% 수준이었지만 당시 울산여객 등 4개 회사의 연료비 체납이 80억원에 달해 경동도시가스로부터 압류결정 통지서를 받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는 지난해 93%를 기록했던 지급률을 올해는 9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업체의 적자 95%를 시가 보전해 주고, 나머지 5%는 업계가 자구 노력을 통해 만회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구책에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호소한다. 지출 가운데 인건비가 약 60%, 연료비가 20%를 차지하는데 이 부분은 절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지출 20%를 줄여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표준운송원가 산정 용역 결과에 따라 예산을 반영해 다음 해 집행하는데, 다음 해가 되면 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실제 지출은 예상보다 늘어나게 돼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재정지원금이 목숨줄
시가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업계에 지원하지만 이는 현상 유지를 위한 수준에 불과하며, 누적 채무 상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년 전 부채 해소를 위해 100억원에 가까운 외부 자금을 차입하고 부채 규모를 줄였다. 또 다른 업체는 차고지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고 퇴직금 중간 정산도 실시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업체의 부채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외부 자금을 차입하지 못한 업체는 20년 이상 누적된 부채를 그대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면서 추가 차입 가능성은 낮아지는 데다 매각할 수 있는 자산도 거의 없어 누적 채무 해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