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뜨거운 감자 시내버스 준공영제
최근 신도여객의 연료 중단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울산 시내버스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자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해 울산시로부터 매년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료비를 체납하는 업체가 생기는 것이 업계의 암담한 현실이다. 다행히 경동도시가스와 신도여객이 합의해 운영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시내버스 업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승객 감소 때문이다. 지하철이 없는 울산은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 이용률이 높아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도시답게 승용차 보급률이 높고, 공단 근로자들은 통근버스를 주로 이용해 버스 승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 탓에 시는 매년 수백억원대의 재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막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의 재정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현상 유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으로 지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재정 지원을 줄일 경우 업계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업계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돼 왔는데, 항상 화두는 준공영제였다. 준공영제는 대중교통에 공개념을 더한 것으로 노선권과 경영권을 지자체와 시내버스 업계가 나눠갖는 방식이다. 울산을 제외한 특광역시 모두가 준공영제를 운영 중이다.
시내버스 업계는 유일한 돌파구로 준공영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도 사실상 적자의 대부분을 보전해 줘 준공영제 직전인 수준이지만 준공영제만큼은 쉽게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원칙이다. 시에서 준공영제는 일종의 금기어로 여겨질 정도다.
다른 특광역시가 모두 준공영제를 도입했다고 울산도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울산시의 교통 정책 중 가장 잘한 정책이 준공영제 미도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준공영제가 도입될 경우 지자체가 적자를 100% 보전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예산 투입이 크게 늘어난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미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역의 사례를 감안하면 시 재정 운용을 극도로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해 혈세로 업계의 배를 불린다는 우려도 있다.
준공영제가 시행된 뒤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후속 도입 지자체들은 다양한 대비책을 세웠지만 대부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세금만 추가 투입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남 창원시가 9월부터 ‘창원형’ 준공영제를 도입한다. 투명성과 효율성, 공공성 등 여러 분야에 각종 장치를 마련해 부작용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창원 역시 앞선 지자체들의 전철을 밟는다면 더 이상 준공영제 도입을 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반면 예산 지원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더욱 보강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냥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창원형 준공영제를 울산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bong@ksilbo.co.kr
이춘봉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