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울산에 산다]“배움에 목마른 다문화가정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절실”
2021-08-09 정세홍
한씨는 캄보디아에선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몰라 적응에 힘들었지만, 시댁에서 많이 알려주면서 지금은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다.
한씨는 “캄보디아에서는 밥 먹을 때 양 손을 쓴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또 과일 먹을때도 캄보디아에서는 소금이나 후추에 찍어먹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문화적 차이를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며 “몰라서 적응이 힘들었다. 나중에는 왜 그런건지 문화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한국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씨는 울산의 바다와 겨울이 신기했다고 한다. 고향인 캄보디아에서는 쉽게 보거나 겪을 수 없었던 것들이기 때문.
한씨는 “고향에서 바다를 보려면 엄청 멀리 가야 해서 바다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기 와서 처음 봤다. 너무 신기했다”며 “겨울에 눈 오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추운 겨울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렇게 추운 줄 몰랐다. 그때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고 웃었다.
현재 한씨는 온산지역 다문화가정 중 캄보디아 대표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열심이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캄보디아인들을 위해 공지사항이 있을 때 직접 번역해 SNS로 전파하고, 마스크나 쓰레기봉투 등 배분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도 방역수칙 준수, 마스크 착용 등도 적극적으로 알려 아직까지 외국인 중에서 신종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없다.
울산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한씨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외국인이 많은 온산지역 인근에 복지관이나 다문화가정지원센터가 없다는 것. 현재 미래를 위해 컴퓨터 수업을 듣고 있는 한씨지만, 가까운 곳이 없어 왕복 1시간 거리의 시내까지 나가야 한다.
한씨는 “다문화가정들이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위치가 멀어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못 배우는 것들이 많다”면서 “지난해에도 일부 학부모들이 신종코로나 때문에 원격수업을 하는데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 전전긍긍했던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산뿐 아니라 울산에 배움에 목마른 다문화가정들이 많다. 경제적 형편 탓에 저렴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복지관이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